한국 테이터센터 화재에 전세계 한인 서비스 먹통
“아는 연락처가 카톡 밖에 없더라구요”
한국 본사와의 업무 처리를 ‘카카오’로 하는 직장인 제임스 김씨는 지난 15일 오전 내내 본사와 제대로 연락이 되질 않아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단체톡이 멈추면서 일일히 셀폰 문자로 의견을 나눠야 했다. 김씨는 “업무 관련 내용을 카카오톡에 보관했고 자료 백업용으로 카카오의 업무 툴을 사용하고 있어 난감했다. 출력한 문서와 이메일 등을 뒤져 자료를 취합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낭패감을 보였다.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계열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키자 대다수 한인들이 ‘소통 단절’을 겪었다. 한국과의 연락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 지인들과의 소통을 카카오톡에 의존하던 한인들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급하게 뒤졌으나 없는 번호가 많았다. 단체 모임 참석자들을 확인해야했던 이수영씨는 “카톡 없는 하루가 너무 길었다. 반드시 연락을 취해야 했기에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다이렉트 메시지(DM)로 폭탄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LA시간으로 14일 자정 무렵인 15일 오후 3시33분(한국 시간)쯤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C&C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8시간 만인 이날 오후 11시46분(LA시간 오전 8시46분) 꺼졌지만 안전 문제로 전력 공급이 늦어졌다. 해당 데이터센터를 쓰는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도 약 10시간 완전히 멈췄다.
하루가 지나도록 카카오톡은 불안정한 상태가 진행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은 주말까지 계속되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 서비스의 장애 이틀째인 16일 오후 9시30분(한국 시간) “사진·동영상·파일 발송 등 주요 기능이 상당 부분 복구됐다”고 밝혔다. 전날 카카오톡 서비스가 먹통이 된지 30시간만이었다.
한국의 상황은 더욱 심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를 쓰던 사람들이 우티 등 대체 서비스 앱을 깔아야 했고 택시 기사들은 호출 콜을 발지 못해 피해를 봤다.
또, 카카오의 복구 과정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멀티프로필 노출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 생겨난 것이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부 카톡 이용자들이 이전에 설정했던 멀티프로필이 현재 시점 프로필로 잘못 표출됐다. 이용자가 본인만 볼 수 있도록 ‘나만보기’ 설정을 해둔 옛 프로필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기도 했다.
공룡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유례 없는 서비스 중단 사태가 ‘분노’에서 ‘공포’로 바뀌고 있다. 카카오가 만든 ‘초연결 사회’가 단 한번의 화재로 멈추면서 그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