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처치는 가벼운 질환에서 상처가 덧나거나 염증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질병관리청 급성 심정지 조사 자료(2012~2019)에 따르면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주위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시행하지 않은 환자보다 생존율이 6.2%에서 15.0%로 2.4배 높아졌다. 뇌 기능 회복률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았을 때(3.1%)보다 시행한 경우(10.8%) 3.5배 높은 회복률을 보였다. 매년 9월 둘째 주 토요일은‘세계 응급 처치의 날’이다. 상황별 응급 처치법을 알아본다.
◇갑자기 아이 열날 땐 컨디션 체크해 상황별 대처
10세 미만 소아가 응급실을 오는 가장 흔한 원인은 열 때문이다. 감기ㆍ중이염ㆍ장염 등 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나면 보호자는 당황한다. 이럴 땐 먼저 아이 컨디션을 체크해야 한다.
열이 나지만 아이가 평소처럼 잘 놀고 잘 먹는다면 일단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해열제를 복용한다. 열이 난다고 옷을 다 벗기지 않는다
반대로 오한이 있다고 두꺼운 옷을 입혀서도 안 된다. 가볍게 입혀 둔 상태로 변화를 살피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정언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이 40도를 넘거나 열성 경련이 있으면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생후 12개월이 안 된 아이가 열이 나면 탈수가 진행되거나 열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수 있고 너무 어려서 패혈증 등을 감별해야 해 반드시 응급실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베여서 떨어진 살점은 깨끗이 보관해 병원으로
커터칼이나 식칼을 사용하면서 손가락 끝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있다. 떨어져 나간 살점은 피부에 다시 이식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가능하면 보관해 병원으로 가져와 의사의 판단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교수는 “살점을 가져올 때는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물을 적신 거즈나 깨끗한 천에 감싼 후 비닐봉지에 넣어서 밀봉하고, 얼음과 물을 넣은 용기나 주머니에 담아서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절단된 조직이 직접 얼음이 닿게 되면 너무 온도가 낮아져 손상될 수 있으므로 얼음에 직접 닿게 하지 말고, 드라이아이스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물질 삼켰을 때 수술ㆍ시술 언제 해야 하나?
이물질을 삼키는 일은 어른보다 사물에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6개월에서 6세 사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켜 응급실 진료를 받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물질을 삼킨 경우 80~90%는 대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10~20%는 위식도 내시경 등 치료적 시술이 필요하고, 1%는 수술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보통 2.5㎝가 넘는 크기의 둥근 물체나 닭 뼈, 생선 가시, 바늘, 옷핀 등 끝이 뾰족한 물체를 삼켰을 때는 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한다”며 “특히 리튬 전지는 식도나 장 점막 부식을 일으킬 수 있어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석을 삼켰을 때도 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끌어당겨서 장을 막거나 상하게 할 수 있어 응급실을 방문해 진료받아야 한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