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기기에 탑재…컴퓨터 화면캡처 등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
생산성 향상 확인한 연구결과 없어…"하려면 투명하게 해야"
미국에서 원격근무가 증가하면서 일명 '보스웨어(bossware)'로 불리는 직원 감시 프로그램 사용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감시 도구 사용은 직원의 사기를 저하하고 신뢰 관계를 훼손할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중대형 기업의 3분의 1이 근로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3분의 2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최근 밝혔다.
저임금 산업에서 널리 쓰였던 감시 기술이 업무에서 비교적 자율성을 가졌던 화이트칼라 산업으로 급속히 확산한 결과다.
미국 현지법상 고용주는 직원에게서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감시 소프트웨어는 직원의 컴퓨터 화면을 10분마다 한 번씩 캡처하고, 직원이 이용한 앱과 웹사이트의 목록 및 방문시간을 기록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회사는 '보스웨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런 감시용 소프트웨어를 컴퓨터나 태블릿, 전화에 깔아 업무용으로 지급하는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액티브트랙(ActivTrak)과 테라마인드(Teramind) 등이 꼽힌다.
테라마인드의 연구개발 부사장인 아이작 코헨은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고객은 모든 사용자(직원)를 항상 완벽하게 모니터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사 제품은 직원이 경쟁사에 회사 기밀을 이메일로 유출하거나 온종일 페이스북을 들락거리는 등의 부적절한 행동을 포착하도록 설계됐으며 시스템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고용주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수준의 감시 시스템도 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와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는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양과 종류는 제한된다.
데이터 접근 권한이 있는 고위 관리자는 직원들이 어떤 응용 프로그램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직원의 구체적인 신원은 확인할 수 없고 한정된 기간의 데이터에만 접근이 가능하다.
타자 입력을 일일이 추적하거나 모니터 화면을 캡처하는 등의 행동도 할 수 없다.
프로도스코어(Prodoscore)와 같은 프로그램은 전화, 이메일 등 일반적인 업무 프로그램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개인별 업무 생산성 점수를 제시해주기도 한다.
직원 감시 시스템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둘로 나뉜다.
한편에서는 감시 도구가 직장에서의 책임감을 높이고 업무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선 윤리적으로 부적절하고 직원 사기를 떨어뜨려 생산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감시 시스템이 직원의 생산성을 향상한다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일부 사례에선 감시 시스템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에 역효과가 발생했다.
2020년 미국 콜센터 직원 2천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키보드 입력 기록 및 온라인 활동 추적 등 회사의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직원 스트레스 증가, 직무 만족도 감소, 결근율 증가, 퇴직 욕구 증가의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럴 웨스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개인 활동에서 고용 관련 활동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회사는 근로자의 개인 정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는 고용주가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면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