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환경에서 설정 어려운 상황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
시끄러운 매미 울음 소리가 5분만 지속돼도 고통스럽다. 그런데 이명 환자는 항상 소음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명(耳鳴)은 외부의 청각 자극이 없지만 귀에서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소음이다. 전 세계 인구의 10%가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이명이 심하면 집중력이 낮아지고 기분 장애로 이어져 삶의 질을 엉망으로 만들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최준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가상 현실(VR)을 이용한 치료를 통해 주관적 만성 이명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팀은 3개월 이상 만성 주관적 이명 증세를 호소하는 19명의 환자(33~64세)를 대상으로 VR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1~2주 간격을 두고 침실ㆍ거실ㆍ식당 등 4개의 다른 환경으로 구성된 VR에서 이명을 내는 아바타를 잡아 지정된 장소로 옮겨 제거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 결과, 19명 중 12명이 이명장애지수(THI)가 개선됐고, 수면 질을 나타내는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SQI)도 감소해 VR을 통한 이명 치료법이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뇌파 검사(EEG)로 프로그램 참여 이전과 비교해 뇌 특정 부위의 활동 증가를 포착했다.
이는 이명 원인이 귀를 포함한 뇌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만성 이명 치료를 위한 후속 연구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 교수는 “VR은 실제 환경에서 설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므로 최근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지난 3년 간 같이 연구한 박동현 전공의 및 한양대 ERICA 김기범, 김성권 교수와 공동 연구가 만성 이명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VR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법 개발을 향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