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에 대한 무관용 분위기도 확산
미국은 세계에서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된 국가다. 그런 미국에서 최근 종교 자유가 쇠퇴하고 있다고 느끼는 미국인 늘고 있다. 기독교계 여론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지난해 9월 미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미국의 종교 자유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4%의 미국인이 미국 내 종교 자유가 쇠퇴하고 있다고 답했고 이 중 24%는 이 같은 의견에 강하게 동의한다고 했다. 남성(53%)과 여성(54%)은 비슷한 비율로 미국 내 종교 자유 쇠퇴 현상을 감지한다고 답했다. 종교 자유 쇠퇴 현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미국인은 32%였고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은 14%였다.
종교를 가졌거나 종교 행사 참여 횟수가 많은 미국인일수록 종교 자유 쇠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한 달에 4번 이상 예배에 출석하는 기독교인 중 64%가 종교 자유 쇠퇴를 우려했고 예배 출석 횟수가 한 달에 1번 미만인 교인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53%가 같은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특정 종교가 없는 미국인 중에는 미국 내 종교 자유 쇠퇴 현상이 있다고 지적한 경우는 40%로 낮았다.
스캇 맥코넬 라이프웨이 리서치 디렉터는 “자유에는 제한이 없지만 일부 집단이 자유를 과도하게 추구하면 다른 집단의 자유가 침해된다”라며 “종교적 신념이 강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종교 자유 쇠퇴를 많이 느끼는 것이 놀랍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종교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국가이고 청교도주의를 기반으로 건국된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에 대한 종교적 관용이 쇠퇴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우려는 개신교인 사이에서 특히 높게 조사됐다.
‘기독교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어떤가’라는 질문에 절반을 훨씬 넘는 59%의 미국인이 ‘미국 내 기독교인 대상 무관용 분위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라고 답했고 이 중 24%의 미국인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강한 긍정의 반응을 보였다. 개신교인 중 기독교인에 대한 무관용 분위기를 우려하는 답변이 69%고 많았고 인종별로는 흑인(68%)과 백인(59%)의 우려가 타 인종보다 비교적 높았다.
맥커넬 디렉터는 “무관용은 문화적 반발 현상”이라며 “‘자유로운 사상의 장’(Marketplace of Ideas)인 미국에서도 모든 사상체계가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여러 종교 집단 내에서 기독교에 대한 반발 현상을 감지하고 있다.”라며 미국 종교계 분위기를 우려했다.
미국에서 기독교인은 특혜 집단이라는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기독교인도 다른 종교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 미국인도 많아졌다는 것이 이번 조사 결과다.
하지만 기독교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부정적이라는 일부 미국인의 반응에 비판적인 여론도 적지 않다. 미국인 중 36%는 기독교인이 자신들이 받는 대우에 대한 불만이 너무 많다며 기독교인의 태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맥커넬 디렉터는 “기독교 중심의 종교계가 최근 몇 년간 여러 도전을 받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 지나치게 부각된 면이 있다”라며 “기독교인이 전도 대상자로 삼는 사람 중 기독교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것이 역설적”이라고 우려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