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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는 바보야'

지역뉴스 | | 2022-06-05 10:46:14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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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바보

바보한테는 도무지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없어서

바보는  아예

거짓이 없고요

 

바보한테 뭐든 

빼앗길 사람 또한 없어서

바보는 남의것

탐내지 않아요

 

스스로 바보된 사람은

누가 뭐 달라하면  있는데

아니 줄수 없어서 주지요

 다 주고 나면

 바보는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요                     

 

그런데 저에게

바보되라 하시면

바보 아닌 다음에야

바보될 수 있나요?

     주님----                 (시 바보-고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  ‘바보  예찬’ 바보가 바보에게 주는 강풀의 바보,  스스로 자화상을  그려 놓고   ‘나는 바보야’  써 놓으셨다. 가난한 시골 옹기 장수 8남매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철없이 어머니 무릎을 베고 응석으로 자라셨고  신학교 시절에는 사제의 길이 가기 싫어서 꾀병을 앓고 퇴교 당하기를 기다리셨던   지극히 인간적이고  남다를 것이 없는 솔직한  한 젊은 청년의 고백, 기차를 타고 시골길을 지나면 어둠이 깔린  마을에 저녁 연기가  오르면  아! 저 집에는 아빠와 아내  자녀들이 한 밥상에 앉아 얼마나 행복할까… 한없는 부러움이 앞섰다 고백하신 한 인간, 그야말로 인간적인  추기경님을 존경합니다. 우리 민족의 수난 시절, 독재 정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항상 민중의 가슴에 서시고 데모하던 학생들을 명동 성당에 숨기시고 경찰이 들이닥치자 ‘나부터 잡아가라’ 몸소 방패가 되신 큰 어른을 다시 그리워합니다. 그때 받은 아픔의 충격이 너무 커서 한생을 수면제를 드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으셨다는 그 어른의 고백은 눈물입니다. 종교도 진리도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 바보처럼 깨끗한 양심의 소리가 오늘 다시 그리워집니다.

 

헐벗은 가난조차

생살 찢는 아픔 되어

홀로 선 겨울 나무

 스스로 바보되어 

사람들의 먹이가 된

성자의 모습

침묵의 기도

마음 가난해야 

보이는 하늘 

보이는 행복

 

가진 것  

다 내려놓고

타 버린 목숨

당신은 하늘 사람  이셨습니다.   ( 시   하늘 사람-김경자 )

 

‘어머니, 내 어머니’ 란 사모곡에는 지금은 하늘에 계신 달성 서씨, 옹기 장수 어머니를  단 5분만이라도 뵐 수 있다면… 늙으신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고 그 야윈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싶다는 그 효성은 눈물 겨운 사랑이야기였습니다.

가끔 글쓰기가 힘든 날, 솔 사이를 거닐어 봅니다. 묵은 고목의 솔들, 침묵의 성자같은 솔들에게, 나 대신 글을 써다오,  철없는 아이처럼 솔방울도 줍고 흙마당도 만들어 놓고  맨발로 흙을 밟으며 마음 비우고 나면 솔숲 사이 하늘이, 스치는 구름이 잃어버린 내 마음을 찾아 나선다. ‘무위 자연’ 텅 비어있어야 보이는  자연의 빛,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으로 근본으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무한한  자유함을 느낀다. ‘대학 지도, 재명명덕’이라는   ‘대학’의 의미는 마음을 찾아 길 떠나는 여행, 양심에 불을  밝히는 길이다. 기계가 온통 판을 치는 세상에 무식한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출세 위주의 대학이 오늘 길을 잃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나는 바보야’ 그 한 마디가 길잃은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추기경님이 좋아하신 노래는 ‘애모’였다고 한다.  세인들과 함께 하셨던 추기경님, 종교를 떠나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맑은 그 어른의 마음이  오늘은 왜 그리 그리운지…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 나는  그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 모습

하얀 눈이 내리면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지고

아픈 가슴 빈 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수 있을까      ( 양희은-하얀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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