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심상정이냐” 비판 딛고 완주했으나 쓴맛…진보정당 기로
沈 “저조한 성적표 아쉽지만 겸허히 받들겠다”
네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0대 대선에서 5년 전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심 후보 본인은 물론 당도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심 후보는 10일 오전 2시 13분(이하 한국시간) 85.16%를 개표한 결과 2.34%의 득표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에 심 후보 본인이 얻었던 6.17% 득표율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토론회 초청 등 선거법상 각종 기준이 되는 3%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결국 진보 정치를 자임했지만 진보 개혁의 바람을 더 일으키지 못한 채 오히려 여성·청년의 지지를 상실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상태다.
나아가 '포스트 심상정'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당이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정미 전 대표와 결선투표에서 가까스로 과반(51.12%)의 표를 얻으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환경이나 통합 분야에서 이슈를 선점하면서 정치적 활동 공간이 위축된 데다 "또 심상정이냐"는 비판도 따르면서 대선 레이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 4일제'를 제외하고는 노동·사회·여성 등 각 분야에서 공약이 5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론조사에서 2∼3%대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심지어는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조사까지 일부 나오자 지난 1월에는 돌연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하고 3일 동안 칩거하기도 했다.
이후 일정에 복귀해 양당 후보를 겨냥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진보적인 색채를 강화하며 존재감 부각을 시도했으나 정권 교체론 대 정권 재창출론의 싸움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쓴맛을 봤다.
이에 당장 심 후보부터 정치 생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심 후보는 지난 1월 17일 대선 레이스 복귀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다음 세대의 진보가 심상정의 20년을 딛고 당당히 미래정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마지막 소임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후대를 위한 기반을 넓히기는커녕 오히려 당이 존재감을 잃는 사태를 맞이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된 셈이다.
심 후보는 당 대표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옹호하며 당 내외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옹호로 당을 상징하는 자산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탈당하고 지지율이 급락했던 만큼, 심 후보에 대한 책임론과 세대교체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의당은 지도부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대선 패인을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보 정치의 간판스타 격인 심 후보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포스트 심상정'이라고 부를 만한 이렇다 할 인물이 없는 상황이라 일각에서 당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등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심 후보는 이날 0시30분께 "저조한 성적표가 솔직히 아쉽지만, 저와 정의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인만큼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평등과 기후 위기, 정치개혁과 다원적 민주주의를 의제로 끌어냈고 성평등을 우리 사회 보편적 가치로 분명하게 세워냈다"면서 "그 가치를 기반으로 정의당은 다시 뛰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