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더CJ컵 최종
막판 모리카와 추격 1타차 제압, 14번홀 10m 퍼터 이글 ‘결정타’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는 현역 프로 골퍼 중 가장 역동적인 스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1위에도 오르며 ‘차세대 골프 황제’로 주목 받아온 그지만 최근 몇 달간 성적은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8월 도쿄 올림픽에서는 동메달 결정을 위한 연장전에서 졌고, 지난달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는 부진한 성적에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계 랭킹은 10위 밖으로 밀렸다.
매킬로이는 이후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찾은 답은 “남이 아닌 본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이 변화는 2021~2022 시즌 첫 출전 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다. 18일(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더 서밋 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총상금 975만 달러) 최종 4라운드.
매킬로이는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를 적어낸 그는 2위 콜린 모리카와(미국·24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75만 5,000달러(약 20억 7,000만 원)다.
지난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 이후 5개월 만에 승 수를 추가한 매킬로이는 PGA 투어에서 39번째로 통산 20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2010년 5월 퀘일할로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지 11년 만에, 통산 205개 대회 출전 만에 ‘골프 장인’ 대열에 오른 것이다. PGA 투어는 20승을 달성하고 15시즌 이상 뛴 선수에게 ‘평생 회원’ 자격을 준다. 그는 13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또 세계 랭킹은 14위에서 8위로 올랐다.
이날 매킬로이는 3라운드 선두 리키 파울러(미국)에 2타 뒤진 2위로 출발했다. 전반에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그 사이 파울러는 1타밖에 줄이지 못했다. 후반 들어 매킬로이는 12번 홀(파4)에서 1타를 더 줄인 뒤 14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았다. 그린 밖에서 홀까지 10m 남짓한 거리를 남기고 퍼터로 친 볼이 홀로 빨려 들어갔다. 1타 차 불안한 선두에서 3타 차로 간격을 벌린 이 이글은 결과적으로 우승의 결정타가 됐다.
파울러가 주춤한 사이 더 서밋 클럽의 멤버인 모리카와가 무섭게 추격했다. 모리카와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이글을 기록해 매킬로이를 1타 차로 압박하며 먼저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나머지 홀을 무난히 파로 막으며 정상에 올랐다.
매킬로이는 “라이더컵 이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지난 몇 달 동안 더 나아지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나로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고, 이렇게 해냈다”고 말했다. 평생 회원과 관련해선 “아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7년 결혼한 매킬로이는 현재 딸이 한 명 있다.
10언더파를 몰아친 모리카와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전날 선두에 올라 2년 8개월 만에 우승을 노리던 파울러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키스 미첼(미국)과 함께 22언더파 공동 3위로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임성재(23·CJ)가 합계 20언더파 공동 9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주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에 이어 2주 연속 상위권 성적을 냈다. 임성재는 이 대회를 마치고 일본에서 열리는 PGA 투어 조조 챔피언십에 나갈 예정이었으나 불편한 손목 관리를 위해 이를 취소했다.
이경훈(30)은 공동 25위(17언더파), 강성훈(34)은 공동 32위(16언더파)에 올랐다. PGA 투어 멤버가 아닌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성현(23)이 공동 32위로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 김성현의 18번 홀 버디 퍼트는 홀 가장자리에 걸쳐 있다가 떨어졌지만 10초를 넘겼다는 판정에 따라 파가 됐다. 김주형(19)은 공동 49위(13언더파), 김민규(20)는 공동 57위(11언더파)다.
<김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