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출신 40대 루빈 차씨 ‘너무 배고파 50달러만…’
명문 사립고교를 졸업하고 UCLA에 장학생으로 들어가 두각을 나타냈던 한인 남성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홈리스로 전락했다가 객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연이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숙씨는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 병원에 들렀다 집에 돌아와 문 앞에 붙어있는 메모를 발견했다. 검시국 수사관의 명함과 함께 붙어있던 메모에는 자신의 아들 이름인 루벤 차(한국명 차세일·42세)와 그의 생년월일, 그리고 2021년 9월28일이라는 사망날짜가 적혀 있었다.
놀란 어머니 김씨는 즉시 메모에 붙어있던 수사관의 번호로 전화를 했고, 아들이 북가주 유리카 지역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어머니 김씨에 따르면 루벤 차씨는 3세 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지만 성실하고 착한 성품으로 페블비치의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보딩스쿨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이후 UCLA에 장학금을 받고 프리메드 전공으로 입학해 우수한 성적을 받으며 대학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UCLA재학 도중 신경이 급격히 쇠약해져 대학병원을 찾았고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았다. 이후 차씨는 UCLA 에프터케어 서비스를 통해 치료를 받으며 학업을 병행했지만 정신질환 증상 때문에 지속적인 학업이 어려워져 7년 정도 학교에서 고군분투를 하다 결국 졸업을 1년 남겨두고 학업을 중도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차씨는 이후 어머니에게 말도 없이 미 육군에 지원해 입대를 했지만 고된 훈련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했고, 영화나 드라마 촬영 엑스트라 배우 파트타임직, 택시기사 등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왔지만 결국 홈리스로 전락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어머니 김씨는 아들을 돕기 위해 같이 살았지만, 차씨가 다시 집을 떠나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홈리스 신세로 동부 보스턴을 거쳐 여러 지역을 떠돌아 다니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어머니 김 씨와는 아주 간간히 연락만을 이어왔다고 한다.
어머니 김씨는 아들을 위해 정신건강 치료와 거주지를 함께 제공하는 병원들을 알아보고 다달이 능력이 되는 한에서 돈을 보내주기도 했지만 어려운 형편에 김씨마저 질환을 앓으며 별다른 도움을 제공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어머니 김씨는 “지난 27일 오후 8시45분 아들이 남긴 마지막 음성메시지를 다듣지 못하고 집을 나섰었다”며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메세지 전체를 다 들어봤는데, 겁에 질리고 힘들어하는 목소리로 배가 너무 고프니 50달러만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자신이 메시지를 일찍 듣고 돈을 보냈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이어 “경찰은 아들이 파도가 거센 유리카 지역 한 바닷가에서 돌에 부딪혀 뼈가 산산조각 나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며 “타살도, 자살도 아닌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어미니 김씨에 따르면 홈리스 생활을 하던 차씨는 샌타모니카 해변이나 다른 바닷가에서 목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김씨는 검시국에서 부검을 끝내고 연락을 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구자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