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 오픈 남자단식 준우승 ‘캘린더 그랜드 슬램’ 실패
▶ 메드베데프, 첫 메이저 왕좌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경기 도중 눈물을 참지 못했다. 12일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
조코비치는 다닐 메드베데프(2위·러시아)에게 1, 2세트를 다 내주고 3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2-5로 끌려갔다. 한 게임을 더 내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조코비치는 벤치에서 상의를 갈아입으며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전의를 불태웠다.
이날 한 번도 상대 서브 게임을 따내지 못했던 조코비치는 게임스코어 2-5에서 처음으로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4-5까지 추격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1969년 로드 레이버(호주) 이후 52년 만에 한 해에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조코비치를 향한 팬들의 환호가 더 커지는 순간이었다. 레이버도 이날 관중석을 찾아 조코비치가 자신의 뒤를 이어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을 지켜보고자 했다.
관중석 전체가 들썩이며 기립박수를 보내자 조코비치는 벤치에 앉아 처음에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몸동작으로 대반격을 다짐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수건을 얼굴에 가져다 대더니 한동안 수건을 얼굴에서 떼어내지 못했다.
수건으로 계속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운 것인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다시 코트에 나서는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뉴욕타임스, BBC, AP통신 등도 ‘조코비치가 코트 체인지 때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어진 메드베데프의 서브 게임으로 경기가 끝나면서 조코비치는 4대 메이저 대회 석권 일보 직전에서 멈춰서야 했다. 올해 호주오픈부터 이어진 메이저 대회 27연승 행진도 중단됐다. 1987년생인 그의 나이로 미루어 조코비치가 다시 캘린더 그랜드 슬램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제패한 조코비치는 이어 열린 도쿄올림픽과 US오픈을 모두 우승했을 경우 남자 테니스 사상 최초의 ‘골든 그랜드 슬램’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4강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4위·독일)에게 덜미를 잡혀 상승세가 꺾였고, 이번 US오픈에서도 결승에서 메드베데프에게 완패를 당했다.
그는 경기 후 코트 위 인터뷰에서 “지금 메이저 대회를 우승할 자격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건 바로 메드베데프”라며 “앞으로 이 무대에 자주 서게 될 것”이라고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인터뷰에 나설 때도 눈가가 촉촉해진 상태였던 그는 “오늘 경기에는 이기지 못했지만 여러분의 응원 덕에 제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고 코트에서 매우 특별한 감정을 느낀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뉴욕에서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라며 “곧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US오픈에서 팬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