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업체 서비스 관련
가짜 번호 연결 바람에
신용카드 정보 빼내가
메디케어 번호 등 유의
이달 초 랜초쿠카몽가 지역에 거주하는 한 80대 남성은 베스트 바이 컴퓨터 서비스 구독을 취소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베스트 바이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그는 인터넷에 찾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베스트 바이 서비스 담당 직원과 통화가 연결됐다. 직원은 컴퓨터 서비스 구독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1만 달러에 달하는 ‘애플 기프트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고, 남성은 전화로 자신의 카드번호를 불러줬다.
남성은 뒤늦게 해당 번호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가짜 번호였고, 전화 상대 또한 가짜 베스트 바이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미 카드에서 돈은 빠져나간 후였다. 피해자는 지난 4일 랜초 쿠카몽가 경찰국에 피해 사례를 신고했다.
이처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한인 시니어들도 이같은 무작위 전화에 노출돼 있어 자칫하면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보이스 피싱 사기 일종으로 분류되는 이번 사기 사건은 피해자가 인터넷상에 떠돌아 다니는 가짜 번호에 속은 경우다.
경찰 당국은 사기범들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사용해 피해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에는 크게 두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사기범들은 ▲당장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프트 카드, 암호 화폐와 같은 비화폐적 형태로 지불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메디케어 등 보건 당국을 사칭해 노년층을 대상으로 사기를 저지르는 메디케어 사칭 사기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본보 8월26일자 보도)
연방 수사당국에 따르면 사기범들의 대다수는 연방 메디케어 서비스국이나 사회보장국 직원을 사칭해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건 후 메디케어 번호를 물어보고 있다. 이같은 사기에 속아 메디케어 번호를 노출할 경우 사기범들이 이를 이용해 의료비 허위 청구 등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게 보건 당국의 경고다.
사기범들은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취약층인 노년층을 주요 범죄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사전에 범죄 예방 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같은 전화 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전화를 끊은 후 회사의 공식 번호를 확인한 다음 다시 전화를 거는 게 안전하다.
서던 아이다호 대학(CSI) 노화 부서의 쇼나 와스코 대변인은 “노년층 주민들은 외로움 때문에 사기범들의 전화에도 일일이 응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사기범들은 노년층의 외로움과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등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SI 노화부의 로라 콘클린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연방 사회보장국과 국세청은 일반 주민들에게 결코 전화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평소 이같은 사기 전화 가능성에 유의를 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