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26)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 세인트 주드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50만 달러) 최종일 끔찍한 악몽을 겪었다. 파3 홀에서 무려 13타를 친 것이다.
8일 테네시주 멤피스 근교 사우스윈드TP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10번 홀까지 버디 2개, 보기 2개로 버티던 김시우는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11번 홀에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첫 티샷을 그린 오른쪽에 빠뜨린 김시우는 1벌타를 받고 핀과 96야드 떨어진 드롭 존에서 세 번째 샷을 날렸지만 볼은 다시 물로 향했다. 볼은 이후에도 연달아 물로 향했다. 김시우는 모두 5개의 볼을 물에 빠뜨린 끝에야 겨우 그린과 연결된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벌타를 포함해 이미 11타를 친 상태였다. 그나마 그린 가장자리에서 친 칩샷을 홀 30㎝ 거리에 붙여 탭인을 한 덕에 13타 만에 홀아웃을 했다. 13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샷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1983년 이후 메이저 대회를 제외한 대회의 파3 홀 최다 타수다.
김시우는 이어진 12번 홀(파4)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았으나 14번 홀(파3)에서 또다시 티샷을 물로 보내면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맥이 풀릴 법도 한 상황에서 15~17번 홀 3연속 버디를 잡는 뒷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시우는 이날 버디 6개를 골라냈지만 보기 2개, 더블 보기 1개, 그리고 10오버파인 데큐플 보기 1개를 묶어 8오버파 7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오버파 294타로 순위는 65명 중 65위다.
김시우는 경기 후 PGA 투어와의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소셜미디어에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교포 선수 케빈 나(미국)와 손가락을 각각 3개, 4개 들어 보이며 웃는 사진을 게재했다. 김시우는 “내가 오늘 13타로 기록한 파3 홀 최악 스코어. 케빈 나는 파4 홀 16타. 그래도 14개 클럽으로 끝냈다”고 적었다. 케빈 나는 2011년 텍사스 오픈 첫날 9번 홀(파4)에서 16타를 적어낸 적이 있다.
우승컵은 아브라암 안세르(30·멕시코)에게 돌아갔다. 안세르는 2언더파를 보태 합계 16언더파로 샘 번스(미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연장전에 들어간 뒤 2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았다. 우승 상금은 182만 달러(약 21억 원)다. 2019년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고 이번 도쿄 올림픽에도 멕시코 대표로 나가 공동 14위에 올랐던 안세르는 PGA 투어 121경기 만에 첫 우승을 거뒀다.
코로나19 치료 후 복귀한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12언더파 공동 8위에 올랐다.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잰더 쇼플리(미국)는 2오버파 공동 54위로 마감했다.
<김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