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이 주원인… 65세 이후 남성보다 많아져
음식 덜 짜게 먹고, 적절한 유산소 운동해야
고혈압은 뇌졸중ㆍ심부전 등 합병증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이다. 수축기(최고)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일 때 진단된다.
고혈압은 주론 남성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국민건강영양조사(2018년 기준)에 따르면 남성 28%, 여성은 18.6%로 남성 환자 비율이 대체로 높다.
그러나 연령별로 살펴보면 65세가 넘으면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많아진다. 2020년 국내 고혈압 진료 환자 성별ㆍ연령별 자료를 보면 60대 이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만 65세를 기점으로 남성 환자는 비교적 줄어들고, 여성 환자는 급증했다. 특히 80대 이상에서는 여성 환자가 470만891명으로 남성(186만1,507명)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고혈압은 여성의 경우 폐경을 겪으면서 갱년기 때 많이 발생한다. 60세가 넘어서면 남성에서보다 더 많아지는 특징을 가진다. 젊어서는 임신 기간에 고혈압이 발생할 때가 많다.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중독을 일으킬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여성 고혈압은 갱년기에 급증하는 것이 특징이다. 젊을 때는 유병률이 남성보다 낮은데 갱년기가 지나면서 늘어나 60세를 넘으면 남성과 차이 없거나, 여성 환자가 오히려 더 많다.
여성 고혈압의 주원인으로는 ‘폐경’이다. 여성은 폐경 이전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혈관을 보호해 고혈압 위험을 낮춘다. 그런데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져 혈관 내피 세포 기능 저하, 교감신경 활성화, 레닌 분비 및 앤지오텐신 II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혈관이 경직되면서 고혈압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조은주 여의도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성은 월경ㆍ임신ㆍ폐경 등 전 생애에 걸쳐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자주 겪는다”며 “이러한 호르몬 변화가 조금씩 혈관을 딱딱하게 만들 수 있는데 폐경 후에는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줄면서 고혈압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여성의 경우 고혈압 치료 순응도가 비교적 낮고, 남성보다 좌심실 비대,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비롯해 동맥경화ㆍ당뇨병ㆍ만성콩팥병 등 합병증 위험이 더 높다. 본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는 의사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명찬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전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는 “65세가 넘으면 여성이 남성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높지만 조절률은 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며 “고혈압 조절률을 높이려면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성 고혈압 환자는 남성과 달리 우울 증세와 의료진과 관계 설정이 고혈압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미친다. 심혈관계 약물 부작용도 여성이 남성보다 1.5~1.7배나 많이 생겨 더 주의해야 한다. 조명찬 교수는 “이런 모든 특이점에도 불구하고 고혈압 치료는 심혈관 질환 예방과 사망률 감소에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 고혈압은 합병증 위험이 더 크므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뇌졸중ㆍ심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뚜렷한 자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따라서 평소 혈압을 자주 측정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고혈압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고혈압이 위험한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높은 혈압은 심장에 부담을 주고 이를 견디기 위해 심장 벽이 두꺼워지고 커져 목숨을 앗아가는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혈압으로 혈관이 손상되면 동맥경화가 된다. 국내의 3대 사망 원인인 암ㆍ심장ㆍ뇌혈관 질환 가운데 두 가지가 고혈압 때문에 생길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고혈압 예방 수칙
-음식은 지방질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며 되도록 싱겁게 먹는다.
-매일 적당한 운동으로 살찌지 않도록 체중을 유지한다.
-니코틴ㆍ알코올은 혈관 내피를 손상하므로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간다.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혈압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혈압이 높으면 의사 진찰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