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다시 제한하기로 했다. 교황은 16일(현지시간) 이러한 내용의 ‘자의 교서’(Motu Proprio)를 발표했다.
가톨릭 미사는 과거 1천500년 넘게 라틴어로 진행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 결정을 계기로 각 나라 언어로 집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금처럼 사제들이 신자들을 마주 보며 미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도 2차 바티칸 공의회 때다.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한 교회가 되려는 개혁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국과 유럽의 가톨릭 보수파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전례 개혁을 거부하고 전통 라틴어 미사를 고수하려는 활동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7년 주교의 특별한 허락을 받지 않고도 라틴어 미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서 하나의 비대중적인 미사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전례 방식에서 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엄격하게 실천하자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번 자의 교서에는 전통 라틴어 미사를 집전하려면 담당 주교의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이 미사 전통을 고수하는 배타적 종교 단체 설립을 금지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는 미사 방식을 둘러싼 교회 내 갈등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교황의 의지가 실렸다. 교회의 통일성을 해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이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는 별도 서한에서 베네딕토 16세가 보여준 선한 의지와 관용이 교회 분열에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일부 사제들이 전통 미사를 신봉하는 이면에는 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가톨릭의 전통을 버리고 ‘진실한 교회’를 배반했다는 잘못된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톨릭 보수파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보수적 블로거인 로라테 카엘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정을 “야만적 행위”라며 강한 톤으로 성토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