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의 아성인 텍사스주에서 시행을 앞둔 새 낙태제한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심장박동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텍사스의 낙태제한법이 미국 사법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 법은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20주에서 6주로 앞당기는 것이 골자다.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할 수 있는 시점을 금지 시점으로 설정해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 같은 법이 추진된 것은 텍사스주가 처음이 아니다. 아이오와주에서도 2018년 같은 내용의 법이 주의회를 통과하고, 주지사 서명까지 받았다. 다만 낙태권을 침해당했다고 시민들이 낸 소송에서 주정부가 패배해 시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텍사스주는 낙태제한법에 다른 주들이 추진했던 법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을 조항으로 삽입했다는 것이다. 주정부는 불법 낙태 단속에서 손을 떼고, 낙태 시술 병원 등에 대한 제소를 100% 시민에게 맡겼다. 그리고 불법 낙태 시술 병원 등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 최소 1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NYT는 이 조항 때문에 낙태권을 옹호하는 시민사회에서 법 시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단속이나 기소권을 주 정부가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텍사스의 낙태제한법은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낙태를 반대하는 각종 단체는 법 시행을 기대하고 있다. 동부 텍사스의 낙태 반대 단체인 ‘라이트 투 라이프’를 이끄는 마크 리 딕슨은 “사람들은 낙태가 잘못된 것이라는 신념을 표현하기 위해 낙태 시술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법이 시행되면 낙태 시술 업체에 대해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소송에 투입해야 할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병원들은 낙태 시술을 중단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멜리사 머리 뉴욕대 법대 교수는 “이 법이 시행되면 스타벅스 점원이나 우버 운전사가 손님의 대화를 엿듣고 소송을 낼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