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 송강호가 2년 2개월 만에 다시 칸 영화제 무대에 함께했다.
유력 후보이자 수상자로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2년 전과 달리 특별 게스트와 심사위원으로 다시 칸을 찾은 두 사람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봉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열린 세계 영화계의 주요 행사 잇달아 깜짝 등장하며 달라진 위상을 증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한 칸영화제는 전해 역사적인 수상자인 봉 감독을 올해 특별 게스트로, 송강호를 심사위원으로 초대하면서 명성과 화제를 이어갔다.
봉 감독은 6일 저녁 열린 개막식에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박수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은 봉 감독은 프랑스어와 영어,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집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연락을 주셔서 오게 됐다"며 깜짝 등장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그는 "와서 오프닝 선언을 해 달라는 요청에 '아니 왜 제가?'라고 질문했다"며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해서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제에 한 번의 끊어짐이 있었는데 그 끊어짐을 연결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봉 감독은 공식 개막을 선언하기에 앞서 무대 한쪽에 서 있던 올해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 배우 조디 포스터와 시상자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던 스파이크 리 감독을 무대 가운데로 불러 모으고 개막 선언을 각자 다른 언어로 나눠 하자고 제안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봉 감독이 먼저 영어로 "제74회 칸 영화제 개막을 선언한다"고 선창한 뒤 알모도바르 감독(스페인어)과 조디 포스터(프랑스어)에 이어 다시 한국말로 "선언합니다"라고 외쳤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영어로 개막 선언을 마무리했다.
봉 감독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심사위원으로 무대에 앉아 있던 송강호가 흐뭇하게 바라보는 모습도 여러 차례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봉 감독은 지난 4월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에도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한국어로 감독상 후보들을 소개하고 수상자로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을 호명한 바 있다.
칸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이 직접 나서 섭외한 봉 감독의 참석 소식을 개막 당일까지 비밀에 부쳤다가 이날 깜짝 공개했고, 봉 감독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히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영화제는 이달 초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등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소개하며 "세계 영화계의 주요 인물이자 칸 영화제의 절친한 친구로서 영화제 역사에 기록을 남긴 깜짝 손님이 관객과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세계 모든 영화제 중 최고로 꼽히는 칸 영화제에서 본 적 없는 장면"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허 집행위원장은 "칸 영화제는 모든 영화인이 가고 싶어하는 영화제이기에 그만큼 콧대도 높고 얼마간 폐쇄적이고, 고도로 귀족적인 영화제인데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좀 더 개방적인, 달라진 이미지를 과시하고 깜짝 뉴스를 만들어내는데 봉준호 감독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7일 오전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랑데부 아베크'(rendez-vous avec)에 참석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