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이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대통령 고유의 권한으로 금지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제한하는 법안을 지난 21일 의결했다.
하원은 이날 찬성 218표 대 반대 208표로 입국자 심사시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비이민자를 위한 국적 차별 반대’(NO BAN)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특정 외국인의 미국 입국시 대통령이 이를 일시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 전에 이들이 미국에 오는 것이 국가안보나 공공안전을 해치는지 여부를 국무부 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이 먼저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국무부와 국토안보부가 사전에 의회와 협의해 입국 제한 행정명령이 필요한 이유와 증거를 제시하도록 했다.
입국자 제한조처는 정부의 ‘강력한 이익’이 있을 시에만 행정부에 의해 발령될 수 있다고 법은 규정했다.
연방하원은 또 적법한 여행허가서를 지참한 외국인에 대한 국경 경찰이나 세관의 조사가 지연될 때 이들이 자국 영사나 제3자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도 의결했다.
연방하원에서 이번에 통과한 법안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 온 외국인의 입국을 일괄 금지한 것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의 주디 추 의원(캘리포니아)은 “어떤 대통령도 종교를 이유로 미국 입국자를 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방하원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제럴드 내들러 의원도 민주·공화 양당 출신 대통령 모두 과거 북한 관리 등 특정 범위에만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권한을 사용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권한을 남용해 (제도가 본래 목적과 달리)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러 차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이의 수정을 거듭하며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이민자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 바 있다. 연방 대법원도 2018년 하와이주 정부가 이런 이슬람권 5개국에 대한 입국 금지가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헌법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에 부합(5대4)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백악관은 지난주 “전 행정부가 대통령 권한을 마구잡이식으로 이용한 것은 합리적 제한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관련 법안 추진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