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이 된 임성재(23)가 새해 첫 대회, 그것도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왕중왕전’에서 공동 5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나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임성재는 시즌 두 번째 톱10 페덱스 랭킹을 17위로 끌어 올리며 2021년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무엇보다 임성재는 지난해 11월 마스터스 준우승 이후 RSM 클래식에서 컷 탈락하면서 자칫 끊길 수 있었던 분위기를 상승세로 돌린 것이 의미가 있다.
미국에 집을 장만하고 착실하게 겨울 훈련을 했다는 임성재는 53일 만에 출전한 PGA투어 대회에서 최고의 샷 감각을 뽐냈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 티에서 그린까지 가는 과정에서는 출전 선수 가운데 으뜸으로 나타났다.
다른 선수와 비교한 상대 평가에서 임성재는 티에서 그린까지 가는 과정에서 9.512타를 덜 쳐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우승자 해리스 잉글리시(미국)의 3.419타(13위)보다 무려 6타가량 앞섰다.
임성재는 티샷에서 2.667타(7위)를 벌어 2.558타의 해리스(8위)를 앞질렀고 그린 공략에서도 5.141타(6위)를 덜 쳐 1.006타(25위)에 그친 해리스보다 훨씬 나았다.
그린 주변 쇼트게임에서도 임성재는 다른 선수보다 3.456타를 덜 소모해 6위에 올랐다.
한마디로 임성재는 티샷, 페어웨이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웨지를 손에 잡았을 때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정확한 샷을 구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린 플레이가 아쉬웠다.
임성재는 그린에서 3.251타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6.842타를 덜 친 해리스보다 3타가량 뒤졌다.
이 때문에 전체 상대 평가에서 10.262타를 번 해리스에 4차 차이 5위가 됐다. 볼을 잘 쳐서 그린에 올려놓고도 마무리에서 크게 뒤진 셈이다.
폭발적인 장타를 휘두르는 선수가 아닌 우승자 해리스는 샷에서는 임성재와 큰 차이가 없었다.
페어웨이 안착률에서 임성재와 해리스는 공동 14위(83.33%)로 같았고, 비거리에서는 임성재가 32위(273.8야드)에 해리스가 25위(277야드)로 큰 차이가 없었다. 최장 거리 티샷 역시 임성재는 31위(376야드), 해리스는 29위(379야드)로 거의 같았다.
그린 적중률에서도 임성재 8위(83.33%), 해리스 3위(86.11%)로 밀리지 않았다. 다만 정규타수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을 때 평균 퍼트 개수는 임성재는 1.7개(15위)에 그쳤지만 해리스는 1.613개로 1위였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 파 5홀에서 11타를 줄였다. 이글 1개와 버디 9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6번은 버디 사냥에 실패했다.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놓고도 버디를 놓친 적이 여러 번이다.
임성재로는 새해 첫 대회에서 희망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를 확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