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현지시간) 예고 없이 로마를 방문해 성모 마리아 동상에 헌화하고 인류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이날 오전 7시께 로마 스페인 광장 인근에 있는 성모상을 찾아 헌화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속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우산을 받쳐 든 모습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위는 캄캄했고 인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동틀 무렵 비가 오는 가운데 교황이 성모상을 떠받치는 원주 기단에 장미 부케를 놓고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로마와 전 세계를 굽어살펴달라는 기도를 올렸다”라고 전했다. 교황은 약 15분간 홀로 전구를 청한 뒤 인근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발길을 옮겨 미사를 집례했다고 교황청 관영매체 바티칸 뉴스는 전했다.
교황의 로마 방문은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많은 인파가 모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매년 성모 마리아 대축일인 12월 8일 시민과 신자 수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로마 성모상을 찾아 헌화하고 기도하는 의식을 거행해왔다. 제260대 교황 비오 12세 재위(1939∼1958) 때인 1953년 시작된 행사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고려해 교황이 현장을 찾지 않기로 했다고 교황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