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LA 한인사회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47년 역사의 미주한인상조회(구 한국노인상조회)가 재정난을 버티지 못하고 전격 해산을 결정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 상조회에는 현재 500여 한인 가정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어 장례비용을 받지 못하게 된 회원들은 400만 달러가 넘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주한인상조회 측은 지난 19일 회원들에게 발송한 해산 통지문에서 상조회를 해산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날 부터 일체의 상조비 지급을 중단하고 남은 재산 분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이용이 회장은 이날 통지문에서 상조회 이사회와 대의원회가 회원들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지난 18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상조회 측은 이날부터 일체의 상조회비 지급을 중단하기로 해 18일 이후 사망한 회원 가정은 상조회비를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됐다. 또 남아 있는 상조회 재산을 회원들에게 분배하기로 했는데, 남은 회원들은 그간 적립한 상조회비의 원금에도 훨씬 못미치는 금액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조회 측은 이를 위해 정관 제9장 39조에 의거해 재산분배를 위한 임시위원회(가칭 해산위원회)를 구성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으며, 참여희망자는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상조회에 연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상조회측은 지난달부터 해산을 염두에 두고 회원들을 상대로 한 해산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결과 해산에 찬성하는 회원이 85.7%에 달한 것으로 집계돼 이를 근거로 상조회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때 회원 수가 2,000여명에 달했던 이 상조회는 현재 약 400~500명 정도의 회원이 남아 있으며, 상조회 계좌에 남아 있는 현금 자산은 25만 달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 있는 25만 달러 자산을 회원 400명으로 계산해 분배할 경우 회원 1인당 분배 금액은 625달러, 500명으로 계산할 경우 500달러씩에 불과해 그동안 수천달러에서 수만달러까지 상조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20년 넘게 부모님의 상조회비를 납부해왔다는 한인 박모씨는 “상조회에 지금까지 납부한 회비만해도 2만 달러에 달하는데 한 사람당 500달러를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같은 사태가 예견돼왔는데도 불구하고 이사들이 사태를 수수방관해왔다”며 “
신규회원 급감과 한인 노인 사망 증가 등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씨는 “몇몇 회원들이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방관한 상조회와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제기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조회 관계자는 “이번 해산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회원수가 급감하고 상조회비 지급액이 급증해 더 이상 상조회가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