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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엄마들의 시치미 

지역뉴스 | | 2020-05-08 16:16:22

김정자,행복한아침,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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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란 매사냥을 다니는 사람들이 매 꽁지 털 속에 주인 주소를 적어 매어두는 네모꼴 뿔을 일컫는 말이었다. 사냥터에서 탐나는 매를 보게 되면 시치미를 떼내고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떼지 않은 것처럼 딱 잡아떼는 행위에서 유래된 것인데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체 하다’로 묘사되기도 한다. 

‘엄마들’과 ‘시치미’의 상관 관계는 물리적 언어적 연관성의 변화과정에서 유사한 형질을 갖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로 불리우기 시작하면 사명감과 삶의 이유가 자식이란 표지판 밖에 읽을 줄 모르는 것 마냥 자식에게 몰두하게 된다. 피곤을 달고 살아도, 매무새가 추레해져도, 자아실현 화두도 못본척 밀쳐 두어도 서운하거나 부담되지 않노라며 사랑꾼임을 자부하지만 가끔씩은 자신을 돌아보며 ‘아니야 아직은 난 괜찮아’라며 시치미 떼기도 능수능란이다. 육아는 달콤하다고 우기는 것도 초보엄마의 시치미 첫걸음이다. 엄마라는 성스러운 자리에 있게 된 것만으로 감사가 넘치고 어찌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에만 전념하게 된다. 천둥벌거숭이 자식이 태어나는 시간부터 거름이 되고 디딤돌이 되어주었는데도 공치사 할 줄 모르는 새치름 새침데기를 자처한다. 못다 준 것만 마음에 남겨지고 자식밖에 모르는, 자식만 바라보며 못난 투정 모자람 다 받아 주고도 마음 졸이는 어수룩 얼뜨기 시치미 행진이 이어진다.  

 

대체적으로 엄마들의 시치미 떼기는 대범할 정도로 형질 변화를 일으키곤 한다. 겉보기엔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자식이야기를 걱정인척 염려인척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들어주는 마음들을 헤아리는 척, 생시치미에 새침을 부리면서 은근히 자랑질에 열중하곤 한다. 어찌 보면 의뭉스런 맹추 같기도 하지만 엉큼스러움도 불사한다. 엄마들의 자식 자랑에는 약도 없다. 실컷 늘어놓고도 않은체, 자랑질이었음에도 아닌체. 자식이란 생의 상아탑 앞에서는 어찌 그리 지지리도 시치미 선수가 되는지. 제자식 이야기라면 꼬치꼬치 영악하게 말꼬리를 잡기도 하고 때론 우렁이 속처럼 엉큼 시침을 떼기도 한다. 어쩔 도리 없는 엄마들의 전유물이다. 헤아려 생각해보건데 엄마들은 묵비적으로 서로의 의중을 꿰뚫으면서도 의기투합 하기도 하고 천연덕스럽게 한 통속이 되기를 자처하는 분위기로 몰고 가기도 한다. 마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면죄부처럼. 

 

무릇 좋은 엄마로 인정받기 위해선 자신과의 내전에서도 승리의 고지를 점령해야 하고 외부와의 견줌에서도 심각한 전쟁을 치르듯 고지를 유지해야 하기에 가금씩은 영혼이 혼미해지고 주위와 분단되는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이중고를 치르기도 하는 것이 새침데기 고충이다.

 제대로 된 주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심심찮게 의도하지 않았던 하얀 전쟁에 뛰어들어 취재를 해야할 때도 더러 있다. 취재 과정들을 생각해보면 참 머쓱해지기도 하고 나른함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취재가 잘될 땐 엄청 유쾌해지기도 한다. 애지중지 여력을 다 쏟아 붓는게 엄마라는 자리라서 안 그래도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무거움에 지치기도 하지만 아이들 생각만하면 갑자기 정신이 청량해지고 발원처가 어딘지 모를 힘이 솟구친다. 해서 엄마들의 시치미는 다 용서 받을 수 있고 아무리 시침떼기 진수를 보여 준다 한들 알고도 모른 척 해주어야 한다. 웃기는 구석이 보여도 심각하게 들어주어야 한다. 천연덕스럽고 의뭉해도 꾸밈없는 부풀리기로 동참해 주어야 한다. 동병상련 일지도 모를 일이라서 측은 지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해서 엄마들은 서로의 시치미를 유효하게 접수해 준다. 

 

시치미에 유능해지려면 무표정으로 일관해야 된다. 기분 좋게 들려줄 수 있는 느낌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절펀하면 허사가 되기 십상이라 엄선된 내용도 필수다. 스토리 구성뿐 아니라 말 짓 하나에도 자연스러워움이 배어있어야 하는 것이라서 어느 것 하나 그저 얻어 지는 관건은 없음이다. 유일한 면류관인 자식과 삶의 무게와 주변 엄마들과의 삼각함수를 꿋꿋이 고수하려는 몸부림의 근원은 무엇일까. 일상이 빚어낸 마그마의 돌연변이일까. 마음 놀이터가 비좁아서 생긴일일까 혹은 세상을 견겨낸 상채기들이 덜 아물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자식을 돋보이기 위해 스스로 바보로 내려앉은 마지노선이 조절되지 않아 격렬하게 방출될 것을 눈치채고 마음을 여미고 꼬리도 감추고 그림자도 밟히지 않으려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엄마들은 ‘수고’라는 단어를 철저히 외면하며 아예 모른 척, 어쩌면 이미 파괴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리버리 어중간한 시치미는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 때문일 게다. 때론 가족들이 잠든 깊은 밤 화장실에서 타올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을 토해내기도 한다. 아무리 시치미를 때어봤자 고달픔은 고스란히 엄마들 몫으로 남겨질 뿐이다. 본능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매일 매일 엄마들은 커피 같은 시를 쓰기도 하고 한 줄짜리 어설픈 시를 귀납해내기도 한다. 엄마들의 시치미는 눈물 나도록 아름답고 위대하다. 해서 어머니날은 칭송 받아야 마땅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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