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손상 등 득보다 실 될 수도
음식 같이 먹어도 간염 전염 안돼
간은 몸의 큰 일꾼이다. 이런 일꾼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간염바이러스, 알코올, 약물, 대사 장애나 면역 기능 이상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간염바이러스가 간 건강을 가장 위협한다. 간염 바이러스에는 A, B, C, D, E형 등 다양하지만 B형 간염 바이러스가 만성간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다.
김진욱(55)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간 건강을 위협하는 술은 바이러스간염이나 지방간염도 악화시킬 수 있기에 음주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염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혈액에서 간효소(AST, ALT) 수치가 올라가면 일단 모두 간염으로 볼 수 있다. 간염의 원인은 크게 몸 밖 원인과 몸 안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 원인은 대부분 먹거나 마시는 행위와 관계가 있다. 알코올, 간에 부담되는 약물ㆍ천연물ㆍ음식으로 전염되는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BㆍC형 간염처럼 주사나 성관계를 통한 전염도 원인이다. 내부 원인은 지방간이 대표적이다. 에너지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몸에서 대사된 뒤 간에 축적돼 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자가 면역 간염도 내부 원인이다. 이전에는 바이러스가 간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지방간으로 바뀌었다.”
-간염 증상을 꼽자면.
“간을 불평 없이 일하는 성실한 일꾼에 비유할 수 있다. 감염이 심해질 때까지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염증이 극심하면 피로감ㆍ무력감ㆍ허약감ㆍ식욕 부진 같은 증상이 생긴다. 더욱 심해지면 소변 색깔이 홍차처럼 붉어지고, 눈자위와 피부에 황달이 생겨 노랗게 되기도 한다. 간이 많이 부었다면 막연한 통증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전구 증상 없이 복통이 먼저 생겼다면 간염보다 담도질환(담석증, 담관염)일 가능성이 있다. 간 기능 검사를 하면 염증 초기 단계부터 이전에는 GOT, GPT라 불리던 AST, ALT 수치가 상승한다. 염증 정도와 비례해 수치가 올라간다. 황달이 생겼다면 심각한 간 손상을 뜻하므로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급성간염은 보통 1∼4개월 이내에 완치된다. 간염이 6개월 이상 낫지 않고 진행되면 만성간염일 수 있다. 만성간염은 오랫동안 서서히 진행하면서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수 있고 간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C형 간염은 AㆍB형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우리 국민의 0.6~0.8% 정도가 C형 간염에 노출됐거나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ㆍB형 간염은 백신이 개발돼 예방 접종할 수 있지만 C형 간염은 백신이 없다. 다행히 최근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직접 억제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법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C형 간염을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마비렛, 하보니, 소발디, 제파티어 등)로 8~12주 만에 거의 완치할 수 있다. 다만 완치 후에도 기존의 간 손상은 남아 있어 간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간이 손상되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간염 예방법은 없나.
“원인에 따라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 지방간으로 인한 간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체중 조절과 식이 조절이 중요하다. 지방간 환자의 25%에서 지방간염이 생기고 이들 가운데 10~25% 정도는 간경변증이 된다. A, B형 간염은 예방 접종이 가능하고, D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을 때만 감염되므로 B형 백신을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C형은 아직 예방 백신이 없기에 전염되지 않는 게 최선책이다.
BㆍC형 간염은 혈액ㆍ체액을 통해 주로 전염되므로 면도기ㆍ칫솔 같은 개인용품은 개별적으로 사용하고, 성관계로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음식을 같이 먹는 것으로는 전염되지 않으므로 식기ㆍ수건까지 구분해 쓸 필요는 없다.
E형 간염은 아직 미미하다. 예방 백신은 개발 중이고 개인 위생 외에는 특별한 예방책이 없다. 따라서 유행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식수나 청결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E형 간염은 잘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나 야생동물 고기를 먹어 전염될 수 있으므로 위생적인 음식 조리와 섭취가 중요하다. 비가열 소시지나 하몽도 위험 음식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간 건강을 위해 민간요법을 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간에 좋다는 나무껍질ㆍ식물 뿌리ㆍ야생버섯 등 민간요법에 쓰이는 재료는 간 입장에서 보면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할 ‘잠재적 독성물질’이다. 일부 식물성 알칼로이드는 그 자체나 간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독성 대사물이 간세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자연 채취물이나 민간 약제, 표준화되지 않은 생약제 등은 재배ㆍ유통되면서 중금속이나 유해 세균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된 비대상성 만성간질환 환자는 감기에 많이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이나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약을 주의해야 한다. 반면 공인된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는 용량을 지키면 대부분의 간질환 환자도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증 만성간질환 환자, 특히 여러 약을 먹고 있는 환자는 담당 의사에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