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태씨는 월남전 당시 일본 요미우리 신문 특파원으로 사이공에 가 있다가 월남이 패망하자 요미우리 신문 미국 특파원으로 와 LA에서 캐딜락을 현찰로 사 가지고 미국 순회를 하던 중 필라델피아에 거처를 정하고 있다가 볼티모어로 우리를 찾아와 만나게 됐다. 세 사람은 방송국 시절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면서 회포를 풀다가 화제가 가발 장사를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 끝에 가발 장사를 하기로 뜻을 모으게 됐고 즉석에서 가발 장사를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각자 돈 $1,000불씩 준비를 해 필라델피아 J & J 가발 도매상에서 물건을 구입해 남부 흑인 밀집지역 거주지로 행상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나는 어차피 무엇인가 해야 될 처지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민권자인 김규환끼는 영어를 잘했고 한성태씨는 재력이 있고 배짱이 좋았다.
두 사람은 가발은 자기네들이 팔테니까 권형은 걱정말고 자동차에서 물건만 지키고 있으라고 했다. 장사의 장자도 모르고 끼만 살은 철부지들이 사업을 결의하고 축배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개선 장군이나 된 듯 신나게 2 차로 디스코텍 술집을 찾아 실컷 춤을 추었다.
3일 후 다시 만난 우리는 대망의 가발 행상의 길을 떠났다. 한성태씨의 캐딜락을 타고 필라델피아 J & J 가발 도매상을 찾아가 물건을 샀다. 가발에 대해 무지하고 백지 상태인 우리는 도매상에서 권하는대로 가발을 사서 차에 싣고 다음날 포부당당하게 노스캐롤라이나 와 조지아를 향했다.
흑인 거주지역 아파트에 차를 세워 놓고 지나가는 사람과 아파트를 찾아 다니며 가발을 팔 계획이다. 사전 장사에 대한 준비나 시장 조사도 없이 돈을 벌겠다고 나선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고 실패다. 계속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가며 시도했지만 또 역시나였다. 고객들의 생활과 정서와 경제와 문화도 모르고 무지막지하게 겁도 없이 남의 집 문을 마구 두드리며 가발을 사라고 했으니 얼마나 무모하고 황당한 상식이하의 행공이며 바보같은 짓인가. 아무리 흑인들이 가발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되는 상행위이고 철부지들의 장난이나 다름없다.
어느 누가 느닷없이 나타난 이방인이 비닐봉지에서 꺼낸 가발을 믿고 사겠는가. 집집마다 낯선 동양인 불청객을 경계하고 불쾌해 하면서 거절을 했고 그런 현장을 지켜 본 나는 이건 장사가 아니라 미친 도깨비 놀음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가발을 한 개도 못 팔고 호텔을 찾았다. 기진맥진한 세 사람은 코가 쑥 빠진채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면서 격론을 벌이게 됐다. 좀더 시도를 해 보자는 의견과 당장 집어치우자는 의견 중 선택을 해야 될 처지다.
나는 가발 행상은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내가 볼때 이건 장사가 아니고 미친 짓이다. 당장 그만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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