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하양무학로교회 주목
‘교회다운 교회’철학 소박한 예배당
공사비 7천만원… 야외엔 주민 공간
유명 건축가 승효상 씨가 무료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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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은 크든 적든 부담과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을 들여 초대형 예배당을 짓고도 아무런 거리낌조차 갖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15평(49㎡) 조그만 교회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퍼뜨리고 있다.
한국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하양무학로교회는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로 불리는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설계를 맡아 올해초 완공됐다. 승효상 대표는 국가 건축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교인이 30여명 정도인 교회는 조원경 목사가 1986년 개척했다. 지역 문화유산 세미나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승 대표에게 조 목사가 설계를 부탁했다. 교회가 애써 모은 건축 예산은 7,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승 대표는 흔쾌히 수락했다.
승 대표는 서울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말로 교회다운 교회를 건축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차였다”며 “가난한 교회일수록 절박하고, 절박할수록 본질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승 대표는 설계비를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예배당의 소품들도 직접 디자인했다.
승 대표가 구상한 ‘교회다운 교회’의 핵심은 ‘절제’다. 새로 지은 교회 건물은 네모난 회갈색 건물에 창이 없는 작은 단층 벽돌 건물이다. 소박한 예배당은 50명이 붙어 앉을 수 있는 크기다. 교인수를 늘리는 데는 아예 마음을 두지 않았다.
강대상, 교인석, 성가대석, 낡은 피아노 한 대 등 모두 수평으로 배치했다. 방송 장비도 들이지 않고 조명도 없다.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십자가가 걸린 벽면을 비출 뿐이다. 건물 옥상에는 작은 기도 공간을 마련했고 교회 옆에는 야외 예배당을 만들었다. 야외 예배당은 동네 주민 누구나 기도하거나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서울 한국일보에 따르면 승 대표는 “완공된 예배당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는 지인이 있다”면서 “교회 공간의 본질인 성찰과 참회의 기회를 준 것 같아 건축가로서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승 대표에게 건축을 부탁했지만 “공사비가 얼마나 드는지 가늠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승 대표가 작은 교회 설계를 맡아 정성을 쏟는다는 소문이 퍼지자 대구의 한 벽돌공장 대표는 벽돌 10만장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인근 사찰인 경북 영천시 은해사도 300만원을 기부했고 하양읍 주민들도 동참했다. 이 덕분에 공사비는 약 2억원이 들었지만 한푼도 빚을 지지 않고 건축을 마쳤다.
승 대표는 대형 교회에서 비싼 설계를 여러 차례 요청 받았지만 거절했다. 그는 “설계를 의뢰하는 교회들은 대부분 콘서트홀 같은 부대시설을 강조하거나, 신도들을 위한 편의 시설을 넣어 달라는 요구를 많이 한다”며 “교회답지 못할 뿐 아니라 교회의 기능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것이어서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교회가 쇼핑센터나 회사 건물처럼 생기면 되겠느냐”면서 “교회는 누구나 들어와서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만든 집이므로 그 기능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겨둠으로써 자신을 성찰하고 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게 한 공간이야말로 교회다운 교회”라고 덧붙였다.
‘교회 입구 천장이 뚫려 비가 들어온다’, ‘신도석에 발판과 받침대가 없다’, ’어둡고 썰렁하다’는 등 성도의 불평도 터져나온다. 그러나 조 목사는 “교회가 인간의 몸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가는 곳은 아니며, 하나님과 만날 수 있고 마음의 안식을 취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는 가장 교회다운 교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시골에 지어진 15평짜리 예배당이 교회의 또 다른 얼굴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 유명 건축가부터 무명의 주민까지 진심과 헌신이 어우러져 빚어낸 ‘예수의 얼굴’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승효상(오른쪽)대표와 조원경 목사가 하양무학로교회 십자가 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