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서 종교 배척 시도 잇달아
“정교분리위배”vs“건국정신은 기독교”
청교도 정신을 바탕으로 건국된 미국이지만 최근‘하나님’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시민생활과 직결된 생활 속에서도 흔한 표현들이지만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노골적으로 배척 운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부각된 관련 이슈를 살펴본다.
▲선서에서 사라진 ‘GOD’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가족분리정책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 지난 7일.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 연방하원 감독 및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인 다이애나 디겟 연방하원의원(민주, 콜로라도)은 ‘So Help You God’이란 문구를 뺀 채 출석한 증인들의 선서를 받았다.
하루 전 6일에는 제럴드 내들러 의원(민주, 뉴욕)도 연방하원 법사위원회의 총기사건 예방 청문회에서 해당 구절을 빼고 증인 선서를 시켰다. 공화당 의원들이 지적하고 나서자 내들러 의원은 디겟 의원과는 달리 곧바로 사과하고 원래대로 해당 문구를 넣어 증인들의 선서를 반복시켰다.
지난달 31일에는 연방하원 천연자원위원회가 선서문에서 해당 구절을 아예 삭제하는 방안을 공식 논의했다. 결국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시도가 과감히 진행됐다는데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이 문구가 뭐길래?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So Help You(또는 Me) God’은 미국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문구 중 하나다. 귀화한 이민자라면 시민권 선서를 할 때에도 반드시 따라하는 구절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국기에 대한 맹세’의 마지막 부분에도 언급돼 있고 법원 등에서 증인 선서를 할 때에도 따라해야 하는 문구다.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해 연방의회를 포함한 미국의 정치인들은 취임하면서 성경에 손을 얹고 오른손을 들어 이 문구를 따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 취임식 선서에서 이 문구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에 대한 주장은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논란도 있다. 영어로는 ‘갓(God)’이지만 미국에서는 단순히 ‘신’보다는 ‘하나님(또는 구주)’이란 뜻이 더 강하다.
▲ “모두 맹세할 필요 없어”
반대론자들이 표면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정교분리 정책 위배다. 귀화 시민권자는 물론이고 취임선서를 하는 정치인이나 법정에서 증인으로 누구나 설 수 있는 일반인 모두가 기독교인이 아닌데 굳이 하나님 앞에서 맹세를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도 논란을 부추긴다.
다른 종교를 믿을 수도 있는데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가 될 수 있고 이를 거부한다면 자칫 비도덕적인 사람이란 편견에 시달릴 위험도 있다고 주장한다.
▲ “기독교 정신으로 세운 국가”
유지하려는 측은 기독교 정신을 기초로 세워진 미국에서 ‘신’을 없애는 것은 하나님을 거부하는 것이고 결국 세속화를 앞당겨 미국의 도덕적 타락을 가속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한다.
천연자원위원회 청문회장에 있던 가렛 그레이브스 연방하원의원(공화, 루이지애나)은 “오히려 이러한 ‘신’의 표현을 더 많이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고 제퍼슨 밴 드류 의원(민주, 뉴저지)도 “이러한 표현을 없앤다면 더 큰 상처와 해로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배척 시도는 진행형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연방 116회기 의원 중 기독교인이 88%로 직전 회기보다 3% 포인트 줄었다. 미국의 세속화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는 민주당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사상을 정립한 공산주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에 비교하기도 한다. 민주당이 연방하원을 장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이 같은 종교 배척 시도는 노골적으로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정은 기자>
공식 선서문 등에 등장하는 ‘하나님’이란 표현을 배척하려는 시도가 점차 노골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