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아파트 밀집지로 확산
상가 공동 화장실서 빨래
# LA 한인타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씨는 새벽 운동을 하러 아파트 정문을 열고 나가려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노숙자 한명이 아파트 옆에 잡동사니를 잔뜩 늘어 놓고 그 사이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박씨는 “홈리스들이 예전에는 주거지 근처에는 오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아파트 근처에 자주 나타나는 일아 많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 올림픽과 웨스턴 인근의 한 아파트에 최근 노숙자가 정문을 부스고 들어와 메일박스 앞에 있던 소포들을 훔쳐갔다. 보안카메라에 따르면 이 노숙자는 2층과 3층, 4층 복도를 휘접고 다녔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입주자와 마주쳤다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를 아찔한 상황이었다.
LA 한인타운의 노숙자 임시 거주시설 문제가 윌셔 블러버드와 후버 스트릿 코너의 테니스장 부지가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일단락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한인타운내 노숙자들이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아파트와 식당 등 주거지와 상가 출입이 빈번하게 발생해 한인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는 LA 노숙자의 수가 그만큼 줄지 않고 있다는 어두운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이코노믹 라운드테이블(Economic Roundtable)이 노숙자서비스국의 통계 자료를 상세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노숙 상태로 전락한 주민들의 수가 무려 10만2,27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히라도 하듯 한인타운의 노숙자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특정 지역에 몇 개의 노숙자 텐트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숙자 텐트는 한인타운 곳곳에 형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범위도 점차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한인타운 곳곳에 위치한 노숙자 텐트의 위생 불량과 악취, 그리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각종 범죄 문제에 대한 한인 주민과 비즈니스 업주들의 거듭되는 신고와 해결책 제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속을 해도 단속이 지나가면 곧바로 노숙자들이 다시 그 자리에 진을 치기 때문에 매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는 한번은 노숙자가 아파트 정문이 열린 틈을 타서 아파트 로비에까지 들어와 노인들이 혼비백산을 하고 아파트 관리 인원들이 동원돼 간신히 쫓아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노숙자도 같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좀 무서웠다”며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파트 출입을 하면서 홈리스가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고 쑵쓸해했다.
식당들이 있는 상가도 노숙자로 골치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공동 화장실 문이 열려 있을 경우 샤워와 빨래 등을 해 다른 손님들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테라스가 있는 식당의 경우, 영업이 끝나면 테라스는 노숙자의 밤샘 거처로 변하기 일쑤다. 아침에 아무리 청소를 해도 노숙자 특유의 냄새가 그대로 남아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진다.
3가와 웨스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노숙자가 자고 간 자리는 한두번 청소를 해도 흔적을 쉽게 없앨 수 없다”며 “상가 관리업체에 항의할 때 뿐이지 원천적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제 노숙자와 함께 사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