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열악 상황’보도
청소년들 괴롭힘·폭행도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으로 부모와 격리 수용됐던 밀입국 아동들이 열악한 환경과 학대에 가까운 방치로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야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AP통신은 18일 격리 수용 아동들과 그 부모들이 연방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인용해, 밀입국 아동들이 부모와 만나기까지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수용소 시설에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전했다.
또 일부 수용소에 있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괴롭힘’으로 폭행을 당해 머리를 크게 다친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A 연방법원에 접수된 이들의 소장을 인용한 AP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격리 아동 수용소는 아동들을 비좁은 새장 같은 시설에 몰아넣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방치했고, 비위생적인 화장실과 악취 나는 음식이 제공됐다.
또 일부 경비원들은 이들 아동들을 발로 차며 괴롭혔고, 10대들 사이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이를 외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매칼렌의 한 수용시설에 격리됐던 온두라스에서 온 케일린이란 이름의 16세 소녀는 소장에서 “수용소는 ‘아이스박스’처럼 추웠고, 음식은 냄새가 심해 먹기조차 힘든 냉동 샌드위치가 제공됐으며, 경비들은 소리를 질러댔다”며 “어디 갇혀 있는지도 모른 엄마를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추방될까봐 무서웠다”고 수용시설에 갇혀있던 시간을 증언했다.
러시아 국적의 티모페이란 15세 소년은 “비좁은 폐쇄 공간에서 비누 하나 없는 욕실을 사용해야 했고, 가끔 1회용 칫솔이 제공될 뿐이었다”고 증언했다.
엄마와 함께 국경을 넘은 앤젤이란 이름의 13세 멕시코 소녀도 소장에서 “경비원들은 우리가 부모를 만나지 못할 것이며 입양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매일 밤 엄마를 찾으며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수용시설에서 보낸 한 달여간의 시간은 악몽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수용시설에서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행 사건들로 인해 한 소년이 머리가 깨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으나 수용소측이 이를 수수방관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측 청소년 담당관은 보고서에서 “수용시설의 기온은 적절했고, 음식과 물도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고, 연방 보건부는 일부 민영 수용시설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