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형준 법무사팀
첫광고
베테랑스 에듀

[ 행복한 아침] 겨울 이별식

지역뉴스 | | 2018-03-31 19:19:52

칼럼,행복한아침,겨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봄은 정녕 오는 것인지 Spring Beginning을 넘어섰는데도 여전히 눈이 내리고 전례없는 Winter Strom도 겪게되면서 화사했던 봄 꽃들이 무참하다. 계절이 떠나가고 다음 계절이 들어서고 계절 환승이 한바퀴 감돌기를 끝내면 또 한 해가 저물게 된다. 겨울과의 이별이 몇 번이나 남았을찌, 습윤한 아쉬움으로 떠나 보낼 수 밖에. 계절마다 바뀌는 입성만큼이나 무상한 사람들의 심성에 뒤섞여 죄충우돌하며 지내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아무래도 겨울이 인간사 소란 중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덜 들려온 것 같아서 나름으로 차분하게 보낸 계절이라할 수 있겠다. 집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횟수도 줄어들고 움츠리게 되는 계절 특성 때문이리라. 미필적 운둔으로 묶여있는 집안 공기 부터 갈아주기 위해 창을 열어둔다. 새로운 공기를 마음 껏 채우고 비워낼 것들의 목록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긴다. 책장의 질서도 바로잡고 이런저런 사유로 끼고있었던 책들도 미련없이 준비된 박스로 옮겨담는다. 옷가지도 두손으로 안기에 버거울 만큼 처단식을 감행해서 용신이 힘들었던 옷 장을 조금은 넉넉하게 비워주었다. 입어지지 않는 옷들인데도 사다준 이들의 사랑이 떠올라 십년 이십년을 끌어안고 있었던 미련을 개운하게 후련하게 이별식을 거행하기 시작했다. 

그릇도 마찬가지다. 일상에 쓰이는 그릇은 수납장 문 하나이면  무리없는 것인데 부엌 수납장을 채우고 있는 그릇들을 선별해서 혹여 손님 오실 때를 대비해 박스에 담아 눈에 띄이지 않는 구석으로 유배시켜두었다. 공간이 조금은 넉넉해지고 봄이 들으설 틈새가 마련된 것 같아 마음까지 훈훈해 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누구 눈에도 쉬 띄이지 않는 부분이라 오랫동안 방치하다시피 내버려둔 부분을 날 잡아서 며칠을 두고서라도 정비를 할 참이다. 두서없이 섞여있는 컴퓨터 파일문서들을 분류하고 그 동안 노작이라 스스로 불러주는 단편들과 퇴고와 완고를 다시 구분하여 새로운 폴더도 마련해서 정갈하고 일목요연하게 구분된 폴더로 나누어 저장하고 갈피 잡기 힘든 중복된 문서들을 깔끔하게 재 정열을 하기로 했다. 봄이면 유난히 글로 남기고 싶은 풍경이며 운치들이 들어설 여백을 열어두는게 봄에 대한 예의일 것 같애서이다. 겨울과의 이별식의 비롯이 마치 봄 맞이 채비로 대치된 느낌이 든다. 봄을 맞아 들이려는 마음으로 입춘대길(立春大吉) 이란 글귀를 기둥이나 벽이나 대문짝에 커다랗게 써붙였던 유년의 기억이 새롭다.

겨울과의 이별식이 마무리되면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눈을 반짝이며 등 뒤에 바짝 붙어서 채근을 할 것이다. 겨울 같은 마음을 버리라는 구호를 주먹을 쥐고 외쳐댈 것 같다. 만상이 풀려나고 나목의 등걸마다 새 움을 틔우고 깊고 프르렀던 하늘마저도 게슴츠레한 눈 빛으로 아지랑가 마음껏 들판을 누비는 정경을 즐겨볼 심산이 가득한 품새다. 얼어붙음을 풀어내주려고 봄이 다가오는 것이다. 자만과 이기를 보루처럼 지켜내려 결연함으로 굳어있던 마음을 봄처럼 풀어내자. 아지랑이처럼 정신줄을 놓은 것 마냥 헤실헤실 웃음을 머금고 깊은 계곡의 얼음 속을 흐르는 물줄기에 봄 입김을 불러넣어 졸졸대며 흐르는 개울로 물줄기를 녹여내듯 말이다. 찬찬히 마음의 미세한 부분까지 꿰뚫어보아야 하는 중대사가 남아있다. 깊은 묵상 가운데 맑고 다사로운 마음의 물줄기를 바꾸어놓는 중대사를 의연하게 결행할 수 있기를 간절한 기도로 준비하려 한다. 

부디 알게 모르게 스친 일들을 일기장을 열어두고 되짚어가며 간결한 마음으로 가벼워지고 싶다. 겨울을 누리고 봄을 다시 만나기 위해 겨울과의 이별식을 정연하게 진행중이다. 남은 날들을 후회없이, 보람있게 살아내야 한다는 의지를 고추세우며 삶의 끈과 띠의 공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던 겨울이었다. 겸손으로 다가서는 익힘의 시간들로 가꾸려 애써왔었지만 예상치않았던 함부로 대함 앞에선 겨울 적요를 떠올릴 때도 있었다. 주변을 외면하거나 벗어나려는 의지에서 였거나 숨어버리기 위함은 더욱 아니라서 다만 다그치듯 쫓아 오는 불편한 관계들을 잠시만이라도 따돌리고 싶었던 일들이 흐린날의 그림자처럼 떠오르곤 한다. 살아있었음을, 소생하고 있음을 내보이려는 봄의 전령들 앞에 연록의 풋풋함을 보듬기 위해 매무새 다듬으며 봄 맞이 채비를 위해 소요스럽지 않은 겨울과의 석별을 치르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납세 증명서 없어도 OK…해외 이주 신고 편리해졌다

해외이주법 시행령·규칙동포청, 현실 맞게 개정 재외동포청(청장 이기철)은 결혼이나 취업 등으로 해외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편의를 높이기 위해 해외이주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현실에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한국 휴대폰 없어도 ‘본인 인증’

10월중 비대면 신원확인 서비스 추진주민등록번호 있는 재외국민전자상거래 등 디지털서비스 이용 가능 오는 10월부터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재외국민은 한국 휴대전화가 없어도 전자상

"부동산 정보, 교육 기회 많이 제공하겠다"
"부동산 정보, 교육 기회 많이 제공하겠다"

CE 클래스 제공 조지아 한인부동산협회(회장 한현)가 2024년 제2차 정기총회를 4월 26일(금)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까지 슈가로프 파크웨이에 위치한 1818클럽에서 80여

정부, 11월 대선 앞두고 '멘톨 담배' 금지 결정 연기
정부, 11월 대선 앞두고 '멘톨 담배' 금지 결정 연기

보건당국 "시민단체 의견 수렴 등 더 많은 시간 필요"멘톨 담배[샌프란시스코 로이터=연합뉴스]  연방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멘톨(menthol) 담배 금지 결정을

'연준 선호'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 전년대비 2.8%↑

전월 대비 상승률 0.3%…'깜짝 반등' 대비했던 금융시장은 안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3월 들어서도 둔화세를 멈추고 정체된 모습을

테슬라 오토파일럿 리콜 후에도 충돌사고 20건…당국 조사

203만대 대상으로 작년 SW 업데이트 적절성 검토…"위험 여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지난해 말 대규모 리콜을 통해 주행 보조 기능 오토파일럿을 업데이트한 뒤에도 관련 충돌

에모리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경찰과 충돌
에모리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경찰과 충돌

25일 최소 23명 교수, 학생 체포경찰 동원 해산 시도 총장에 비난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조지아주 에모리대학에서 팔레스타인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은 10월 12일 개최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은 10월 12일 개최

36대 이사진 21명 구성, 이사장 이경성기자 퇴장시키고 비밀 회의, 출입금지도 애틀랜타한인회(회장 이홍기)는 25일 오후 한인회관 소강당에서 2024년 1분기 정기이사회를 개최하

29일부터 예비선거 조기투표 시작
29일부터 예비선거 조기투표 시작

29일부터 5월17일 조기투표 기간투표용지 공화당·민주당 선택해야 월요일인 29일부터 5월 21일 조지아 프라이머리, 지방선거를 위한 조기투표(early voting)가 조지아 전

고부 사이 된 김희선·이혜영…MBC '우리, 집' 내달 24일 첫선
고부 사이 된 김희선·이혜영…MBC '우리, 집' 내달 24일 첫선

MBC 새 드라마 '우리, 집'/MBC 제공배우 김희선과 이혜영이 주연하는 MBC 새 금토 드라마가 내달 중 시청자들을 만난다.MBC는 새 드라마 '우리, 집'을 내달 24일 오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