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에이전트는 직업 특성상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여야 한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문의가 있을 때 지체 없이 답변해야 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중요한 임무다. 그런데 일부 고객의 경우 조금 과하다 싶은 것까지 에이전트에게 요구할 때가 있다. 최근 부동산 에이전트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고객의 무리하다 싶은 요구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아졌다. 부동산 전문 매체‘인맨뉴스’가 해도 너무한 고객의 유형을 정리했다.
쇼윙 빌미로 집안 청소까지 요구 꼴불견
집 보여주는 동안 애완동물 케어까지 부탁
■ 진공 청소기 좀 돌려주세요
깔끔한 상태의 집을 보여줘야 집을 보러 온 바이어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고 거래도 수월하게 이뤄진다. 그런데 일부 셀러는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쇼윙을 빌미로 집안 청소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바이어 집을 보러 오기 전에 먼저 도착해서 실내 전등을 켜고 흐트러진 이부자리 등을 정돈하는 것까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바닥에 널 부러진 빨랫감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감을 식기세척기에 넣어 달라고까지 하는 얌체 셀러들이 에이전트들을 힘들게 한다. 일부 도가 지나친 셀러들은 아예 진공청소기까지 돌려 달라는 요구를 서스럼없이 해 에이전트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 앞마당 잔디 정리도 좀 부탁해요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얌체 셀러들의 은근하고 무리한 요구가 이뤄질 때가 많다. 앞뒤 마당이 지저분하면 쇼윙을 망치기 쉽다. 특히 바이어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커브 어필’이 엉망인 경우 집안에 들어서지도 않는 바이어도 많다. 바이어가 집을 보러 오기 전에 실내는 물론 집 안팎을 깔끔하게 청소해야 하는 것은 셀러의 임무다.
그런데 셀러가 집을 오랫동안 비우는 경우가 문제다. 리스팅 에이전트와 연락도 닿지 않고 어찌 된 일인지 가드닝 업체나 수영장 관리 업체까지 감감무소식이면 에이전트의 가슴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앞마당의 잔디와 잡초가 수북이 자라있고 수영장에는 간밤에 바람에 날린 낙엽들이 떠다닌 상태에서는 집을 보여주기 어렵다. 셀러들은 잠깐 치우면 될 일 아니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전문 업체가 와서도 적어도 1시간 정도 일을 해야 하는 작업량이라는 것을 셀러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에이전트들의 바람이다.
■ 집 보여주는 동안 강아지 좀 부탁해요
애완동물을 키우는 셀러는 바이어가 도착하기 전 애완동물은 물론 애완동물의 흔적까지 깔끔히 없애야 한다. 애완동물에 거부감을 갖는 바이어들이 있고 애완동물 앨러지가 있는 바이어도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일부 셀러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주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지 못할 때가 있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집을 보여줄 때마다 애완동물을 밥을 챙겨 주라고 하는 가 하면 심지어 산책까지 요구하는 셀러도 있다고 한다. 집을 팔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지 바이어가 집을 보는 동안 애완동물을 잠시 에이전트 차에 보관해 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하는 셀러는 가관이 아닐 수 없다.
가장 난감할 때는 집을 보여줘야 하는데 집안 곳곳에 애완동물의 배설물이 치워지지 않고 그대로 있을 때다. 바이어가 집을 보러 오기로 한 시간을 코앞에 두고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에이전트는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다.
■ 샤핑몰까지 데려다 주세요
부동산 에이전트가 고객의 전용 기사로 봉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 부동산에 대한 해외 구매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고객이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공항에 마중 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호텔로 이동한 뒤에도 집을 보기로 약속한 시간마다 호텔로 고객을 만나러 가야 한다.
지나친 경우에는 고객이 필요한 물품을 대신 구입해주거나 아예 샤핑 장소까지 전용 운전기사 역할을 해야 할 때도 많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이 증가하면서 이런 사례가 많아졌다. 중국인 고객을 접대하기 위해 아예 팀을 만들어 공항까지 마중 나가는가 하면 여행 및 쇼핑 일정까지 소화해내는 여행 가이드 역할까지 담당하는 에이전트가 적지 않다.
■ 지금 당장 집 보여 주세요.
고객의 연락에 항시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에이전트의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반대로 에이전트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스토커’형 고객도 흔하다. 에이전트가 종교 행사에 참석하는 시간이나 가족의 급한 일로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설명해도 방금 나온 매물이라며 쇼윙을 잡아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고객 유형이다.
구입 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에이전트 시간을 마치 자신의 시간처럼 쓰려는 고객도 있다. 일반적인 주택 거래 절차와 무관하게 집을 여러 차례 보러 가겠다고 하는 고객이다.
주택 구입과 상관없는 친척들에까지 집을 보여주려거나 사전 통보 없이 실내 디자이너나 건축 업자를 대동하고 나타나서 장시간 머무는 경우다.
■ 수수료 일부 나눌 수 있나요.
에이전트의 수수료를 넘보는 고객도 있다. 에이전트가 부동산 중개 업무를 담당하고 정당한 대가로 받는 수수료에 욕심을 내는 고객이 가장 꼴불견이다. 일부 바이어의 경우 특정 매물에 구입 오퍼를 제출할 테니 수수료 일부를 나눠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수수료를 나누면 더 비싼 가격의 매물에 오퍼를 쓰겠다고 유혹하거나 에이전트가 요구를 거절하면 다른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겠다고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 또 일부 바이어는 에이전트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수수료 중 일부를 셀러 측에 제시해 가격을 깎아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