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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법무사팀

[행복한 아침] 행복한 조우

지역뉴스 | | 2018-01-20 19:19:23

칼럼,행복한아침,김정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지난 해, 첫 눈의 깊은 연상이 가끔씩 떠오르는 겨울 한가운데서 생각치 않았던 눈소식에  마음이 흔들린다. 일기예보를 주시했었는데 과연 이른 새벽에 천지를 하얗게 덮고있었다. 지붕에도, 길에도, 들판에도, 나목의 가지에도 가상스럽게 소복소복 내려앉았다. 깊은 새벽으로 찾아와 오예(汚穢)를 씻으라는 간절한 바램처럼 정성스레 쌓여있다. 창가에서 눈을 바라보며 마음은 어느덧 쏟아져내리는 눈을 맞고있다. 지난번엔 앞을 가릴만큼 시야가 어렴풋하도록 눈을 맞았었는데. 눈 내림은 그쳐버렸고 길은 얼어버리고 눈맞이를 나설수가 없다. 아침 햇살아래 비친 눈의 결정(結晶)이 눈부시다. 폭죽보다 빛부신 응집의 황홀함이여. 유년으로 데불고가는 눈이라서 눈이 내린다는 예보만 들어도 설레는것은 하얗고, 깨끗하고, 부드럽고, 가냘프고, 만지기도 전에 사라저버리는 아련함 때문일게다. 하얀 눈을 만날때면 무겁고 고달픈 삶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그리움을 불러오는 요정이 되어 기다림과 보고픔의 허기를 여상스레 채워준다. 겨울이 돌아오면 하늘을 바래며 눈을 기다리는 마음을 알아챘나 보다. 눈 맞이를 건너 뛴 해는 마치 봄맞이 꽃을 보지 못한것이나 진배없음을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이렇듯 눈 선물을 다시 받게되다니. 

애틀랜타를 찾아주는 하얀 눈은 절대의 침묵으로 조용조용 내려주었다. 짓궂은 한계없이 포근하게, 아우성하지도 않으며 눈보라로 일상을 흔들지도 아니하며, 고적하게 내리고 상쾌한 행복을 나눠주고, 만상과 우리네 일상에도 안식을 안겨주고는 욕심없이 엉김없이 고즈넉히 떠난다. 하얀 눈은 화려한 주연 배우처럼 오염된 땅으로 내려와 신비로운 꽃으로 피워내고는 그리움만 남기고 흔적없이 떠난다.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눈이내리는 날이면 그리운 사람들이 소록소록 이승으로 내리고 있었다. 내 아버지도 내 어머니도 먼저 떠난 고운 내 동생도. 눈이 쌓이는 날에는 애곡한 그리움이 유난스레 우러나고 참기힘든 기침 처럼 쿨럭쿨럭 마음을 아리게 한다. 천지를 덮고 있는 눈의 서광이 어두운 바깥을 환한 비경으로 만들고 말았다. 깊은 밤을 환하게 깨워주고 있음이 신비롭다. 향내도 없고 여린 빛살조차 없는 눈이라는 곁눈질에 쓸쓸해 할까봐 나목도 바람도 함께 하지 않았냐며 하얀 눈의 마음을 달래준다. 하늘 아래 외홀로 묵상에 잠겼을때도 하늘이 함께하여 주었으니까. 

겨울을 마지막 계절이라 누가 이름했을까. 다시 한 번만이라도 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실어보고 싶은데. 겨울의 손을 잡고 걷다보면 멈춰서기도하고 때론 훨훨 날아오르기도 하자면서 쉽게쉽게 마음을 나누게된다. 겨울로 지명받은 계절의 수레바퀴는 봄이랑 여름 동안 자람을 입고 열매맺음으로 추수를 거둔 노고를 잠시 쉬어가라며 마련된 계절로 신이 내려주신 사랑의 계절이다. 겨울의 어원은 집에 있는 여자와 겻의 뜻에서 빚어진 ‘머물다’ 에서 비롯되어 집안에 머무는 일로 겨울을 소일하게 된다는 유래가 있다. 오늘처럼 기온이 떨어지고 내린 눈으로 만상이 얼어버려 집안에서 지낼 수 밖에 없음을 여실히 풀어내고 있다. 계절마다의 어원들이 자연과 무관할순 없기에 선조의 지혜가 묻어있는 순수한 우리말이 더욱이 정겹고 도드라진 표현들이 보배롭고 진귀하다. 계절이 들어서고, 떠나는 길목마다 계절의 채색을 덧입히며 가꾸어가는 꿈이 보인다. 봄의 다리를 건너 여름의 산을 넘고 가을 단풍의 꿈이 하얀 겨울 꿈으로의 변신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왠지 눈은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은 것 같다. 깊은 산속에나 높은 산봉우리를 덮고있는 깊음과 고고함과 고독함이 배어있는 풍경에서만 존재가치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은 왜일까 모를일이다. 이렇듯 꼽딱없이 갇혀버린 날이면 문득문득 함박눈을 처연하게 맞으며 머언 길을 떠나고 싶어진다. 자연이 풀어내는 캠퍼스 속으로 동화되고 싶음을 누를 수 없어 나그네 발자욱을 잔디에 쌓인 눈 위로 꼬옥꼬옥 남겨둔다. 마음껏 눈길을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을 작은 감격으로 비겨보려는 심사를 지장처럼 찍어두었다. 눈과의 고별이 아쉬운 마음을 상쇄하듯 바람이 눈가루를 휘익 뿌리고 지나간다. 평안과 다사로움으로 고운 어루만짐의 베풂을 누리었고 이만하면 행복한 조우였노라고, 모자람없이 흡족했었노라고 눈과의 아쉬운 아듀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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