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에 버려진 뒤 따로 입양된 한인 쌍둥이 자매
페이스북서 우연히 발견후 유전자 검사로 혈육 확인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내가 생전 만난 적도 없던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린 사진을 발견했을 때 심장이 멎는 듯 했습니다”
유아 때 한국의 한 고아원에 맡겨진 한인 쌍둥이 자매가 각자 다른 시기에 미국으로 입양된 뒤 32년만에 극적으로 재회한 스토리가 화제다.
벤추라카운티 무어팍에서 성장해 지금은 베버리힐즈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입양아 출신 LA 한인 케이티 베넷(33)씨와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 소재 해군 보급기지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아만다 던포드(33)씨가 그 주인공이다.
베넷씨는 어느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여성을 발견했다. 그가 바로 던포드씨였다.
던포드는 입양된 뒤 7~8살 때 양부모로부터 자신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베넷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베넷은 한국에서 한 살 때 고아원에 버려진 지 1주일 만에 LA로 입양됐고, 던포드는 2년간 한국에서 한 상인에게 맡겨져 성장한 뒤 애리조나주로 입양됐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견한 자신의 혈육을 찾으려는 이 두 자매의 운명적인 조우는 DNA 테스트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던포드가 자신의 쌍둥이 자매라 확신한 베넷은 가족들과 상의 끝에 DNA 검사를 요청했고, 군대에서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았던 던포드의 DNA 기록이 시스템에 남아있어 베넷이 DNA를 테스트 했을 때 던포드와 ‘일란성 쌍둥이’로 일치된 검사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후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속 연락해 오다 지난해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유명 앵커 메건 켈리가 진행하는 NBC-TV의 ‘투데이 쇼’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서로를 만나 감격의 포옹을 할 수 있었다.
각자 다른 시기에 다른 기관을 통해 입양된 베넷과 던포드는 다른 성을 가진 한국 이름과 생일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베넷은 입양된 보육원 이름을 딴 ‘송보화’가 한국 이름으로, 생일은 1983년 12월25일, 던포드는 ‘오명실’이라는 한국 이름에 생일은 1984년 1월13일이었다. 하지만 엄지손가락이 뒤로 꺾여지는 비슷한 모양과 학창시절 수학을 못했던 것, 그보다 누가 봐도 너무나 닮은 둘의 모습은 영락없는 쌍둥이 자매였다.
이들은 서로가 자란 지역을 방문하고 다녔던 학교를 둘러보며 서로를 모른채 살아갔던 이전 시간들을 공유했다. 던포드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뒤부터 우리는 다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메시지로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것은 가족을 찾는 애틋함,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었다”고 밝혔다. <손혜주·강진우 기자>
입양 32년 만에 극적 재회한 한인 쌍둥이 자매 아만다 던포드(왼쪽)와 케이티 베넷이 나란히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