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장단점…서로 고집할 필요 없어
약간 따뜻한 물에 5~10분이 정답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밤에 샤워하는 사람과 아침에 샤워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마치 아침형 인간이나 저녁형 인간처럼 타협이 어려운 반대파들로, 각자 특정 시간대에 샤워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 습관이 평생 이어지기도 한다. 밤에 샤워하는 사람들은 묻는다. 학교(혹은 직장) 갈 준비만도 바쁜 아침에 샤워할 시간이 어디 있지? 단 1분이라도 침대 속에 더 있고 싶지 않은가? 젖은 머리로 아침 찬 공기에 나서는게 좋기도 할까? 아니면 그 소중한 시간을 블로우 드라이에 쓰는 건 아니겠지?
◆아침에 샤워하는 사람들
단잠을 쫓아내고 헝클어진 머리를 깨끗이 정리할 수 있으니 하루를 시작하는데 샤워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작가 네이트 마틴스는 “우리 식구는 모두 아침에 샤워했어요. 물이 데워지면 마치 도미노처럼 줄을 서서 욕실로 향했죠. 잠을 씻어내는 데는 최고여서 나는 아직도 그렇게 한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 나탈리는 반대로 밤 샤워를 고집하는 사람이다. 남편에게도 샤워 후 침대로 들어오도록 설득하려 애쓰던 시기가 있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뉴욕의 임상 심리학자이며 수면 전문가인 자넷 K. 케네디 박사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사람에게는 모닝 샤워가 특효라고 말하고 그러나 체온을 급격하게 상승시키지 않도록 아주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할 것을 권했다.
◆밤에 샤워하는 사람들
한편 닥터 케네디는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밤에 샤워할 것을 권한다. “인체는 24시간 리듬에 따라 취침 시간이 다가오면서 체온이 자연스럽게 내려간다”고 설명한 그녀는 “잠들기 90분 전쯤에 샤워를 하면 인위적으로 체온을 올렸다가 단 시간에 내리면서 잠을 청하게 된다”고 말했다. 샤워는 또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며 그로 인해서도 잠들기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뜨거운 물로 장시간 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김이 펄펄 나는 샤워를 오래 하는 것은 더운 물 낭비이기도 하지만 피부가 상하는 원인이 된다.
뉴욕의 피부과 전문의이며 마운트 사이나이 의과대학 교수인 닥터 개리 골든버그는 미지근한 정도의 약간 따뜻한 물에서 최대 5~10분 샤워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뜨거운 샤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핫 샤워는 피부에서 유분을 빼앗아가고 피부를 자극한다”고 말한 닥터 골든버그는 “물속에 오래 있을수록 피부가 건조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장시간 목욕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한 그는 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했다.
◆어느 쪽이 깨끗한가?
닥터 골든버그에 따르면 위생 문제는 밤 샤워나 아침 샤워나 크게 다르지 않다. 밤에 샤워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쌓인 먼지와 때를 다 벗어버리고 침대로 들어가니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침대 시트라는게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면서 땀을 흘리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피부에 묻어있는 땀과 박테리아가 시트에도 똑같이 붙어있다”고 설명한 그는 따라서 “아침에 퀵 샤워를 하면 밤새 흘린 땀과 배출물을 모두 씻어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밤에 ‘친밀한 행위’를 하기 때문에 그런 여러 이유들로도 아침에 샤워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골든버그는 또한 사람들에게 다이얼이나 레버 2000같은 비누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무향의 순한 클린저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머리 감는 것에 대해서도 특히 머리가 짧은 사람들은 매일 머리를 감는데 두피가 오일리 하지 않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골든버그의 설명이다.
한편 피부가 예민하거나 앨러지가 있거나 수질이 염려되는 사람은 물 검사를 한번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뉴욕의 플러밍 전문가 필 크라우스는 전했다. 뉴욕시는 수돗물에 자극성 있는 염소를 좀 많이 넣는 편이라는 게 그의 귀띔.
◆하루 두번 하면 어떤가?
뉴욕의 마케팅 매니저 캐롤라인 보트거는 보통 아침에 샤워하지만 가끔은 하루 두번 샤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영향인데 아버지는 열대 지역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자주 샤워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하루에 샤워를 두번 해도 짧게만 하고 습진이나 피부염이 없다면 피부와 두피에는 문제가 없다고 닥터 골든버그는 말했다. “체육관을 다녀오거나 밖에서 운동하고 돌아오면 분명히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샤워하고 싶을 것”이라고 지적한 그는 “그렇지 않으면 땀이 그대로 남아있어 박테리아가 여드름을 유발하기 쉽고 냄새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클린의 마케팅 담당 디렉터인 히스 윌리엄스는 하루에 두번 샤워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 선생님을 하던 시절에 시작된 습관으로 “학교 주변에는 너무 많은 세균이 떠다니고 있는데 그런 환경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보니 퇴근 후 샤워하는 게 필수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모든 주장과는 반대로 아침도 저녁도 아닌 대낮에 샤워하는 사람도 있다. 수온이 크게 오르내리는 아파트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 중에는 모두 샤워하느라 더운 물이 모자라는 아침시간보다는 피크 아워가 지난 정오 즈음에 샤워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플러머 크라우스의 이야기다.
샤워는 하루 중 언제 해도 좋지만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사람에게는 모닝 샤워가,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잠들기 전 샤워가 도움이 된다. <그림 Sam Kal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