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숙면이 생각만큼 쉽지 않고 밤이 무섭기조차 하다.
55세를 넘기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그래서 수면유지가 어렵고 새벽에 일찍 깨게 된다.
불면증을 포함한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2년 35만9,000명에서 2016년 49만5,000명으로 38% 정도 늘어났다. 2016년 기준으로 수면 장애자 중 50대 비중이 19.9%로 가장 높았고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자다가 깨어 잠을 계속 자기 어렵거나, 너무 일찍 깨 다시 잠들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런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되면 임상적으로 불면증 진단을 내린다.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분류한다.
불면증을 치료하려면 우선 원인을 없애고 생활습관을 바꿔 수면 질을 개선하는 등 여러 비약물학적 치료를 한 뒤 효과가 없다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스틸녹스정은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스틸녹스정은 효과를 나타내는 시간이 매우 빨라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에 더 효과적이다. 취침 직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약물 복용 시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고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수면운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약 복용 후 기상 전까지 최소 7~8시간 간격을 둬야 한다. 이런 증상은 알코올이나 권장용량인 10㎎을 초과했을 때 더 자주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장기 복용 시 심리적 의존성 위험이 있어 3~4주 이상 지속적인 사용은 권고하지 않는다.
불면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수면유도제가 있다. 일반의약품인 항히스타민제를 말한다. 수면유도제로 쓰는 항히스타민제는 성분이 디펜히드라민이나 독실아민 중 하나이거나 이들의 복합제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비염,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그런데 졸음이 아주 흔한 부작용이어서 이를 이용해 수면유도제로 쓰고 있다.
아론정은 독실아민 성분의 수면유도제로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하지만, 복용법, 용량 등을 의사ㆍ약사와 상담 후 먹는 게 좋다. 하루 1회 잠들기 30분 전에 복용하며, 최소 용량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졸음이 계속되거나 낮은 신체 운동성, 몽롱한 시야, 목마름 등이다. 이들 약은 일시적 불면증을 해소하거나 불면증 치료 보조제로 쓰이기 위한 것이어서 장기간 복용은 금물이다.
다른 수면제, 감기약, 해열진통제, 진해거담제, 다른 항히스타민제와 함께 먹으면 과도하게 졸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불면증 약은 의존성, 내성, 금단증상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의사ㆍ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한 뒤 먹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약물치료에 의존하기보다 먼저 생활습관 개선 등 원칙을 세워 꾸준히 노력해야 함을 잊지 말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