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여자 환자가 필자의 진료실을 찾은 것은 무릎 통증 때문이었다. 이 환자는 오랫동안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을 앓아 왔지만 약물과 재활 치료로 증상의 조절 되어서 인공 관절 수술은 고려 하고 있지 않고 있었으나 최근 걸으면 무릎 주위가 뜨끔 거리면서 아파와 관절염이 악화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적을 하여 필자를 찾은 것이다. 이학적 검사상 환자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부위는 언뜻 보면 무릎 관절 같았는데 사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부위는 무릎관절에서 떨어져 있었다. 무릎관절은 허벅지 뼈인 대퇴골과 다리뼈인 경골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공간을 무릎 관절이라 지칭하는데 환자가 가리키는 통증 부위는 무릎 관절 아래의 안쪽 이었다. 이학적 검사상 무릎 관절 아래 내측에 앞통이 있었으며 무릎 관절 자체는 비교적 앞통이 있지 않았다.
진찰 결과 이 여자환자는 “거위발건 점액낭염”, 영어로는 pes Anserine Bursitis로 진단되었다. 사람 몸에 느닷없이 거위발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이상하긴 하지만 처음에 이 증상을 진단한 의사가 이런 이름을 붙여서 후대 의사들이 다들 그렇게 따라 부르게 된 것이다. 여담으로, 병명중에 의사의 이름을 따오거나 특이한 이름의 질환명이 많아 기억 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필자와 필자의 동료들은 앞으로 자신이 새로운 질환이나 치료법을 발견해도 후대의 의사들을 위하여, 본인의 이름을 붙이거나 아니면 특이한 이름으로 붙이지 않겠다고 서로 이야기 하곤 하였으나 재미 있게도 필자와 친한 신경외과 의사는 최근 본인이 개발한 수술법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서 학회에 발표 하는 것을 보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생각 난다.
어쨌든 거위발이란 말은 무릎의 내측으로 내려오는 허벅지 근육의 힘줄, 즉 봉공근, 박근, 반거양근의 세 근육의 힘줄이 마치 거위발 모양 처름 다리뼈, 즉 경골의 내측에 달라 붙는 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세가지 힘줄이 붙는 자리에 윤활유 역활을 하는 점액낭이 있는데 이 점액낭에 생긴 염증을 “거위발건 점액낭염” 이란 부른다.
당뇨 환자, 퇴행성 관절 질환, 운동을 급격히 증가시킨 사람, 비만자 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는 하나 사실 이런 질환없이도 나이든 어른신들에게서 종종 관찰된다. 무릎 관절 통증으로 오인하고 쉽고 관절염과 동반된 경우에는 비숙련된 눈으로 보면 관절염으로 오진 하기 쉬우나 치료와 예후는 무릎관절염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치료는 세 힘줄의 스트레칭 운동, 소염제, 주사요법 등이 있는데 가장 빠르고 효과 적인 치료 방법은 주사 치료이며 비교적 잘 치료되는 질환중에 하나이다. 무릎 앞에 있는 슬개골을 둘러싸고 있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에도 무릎 관절염으로 오인하기 쉽다.
다음회에서는 무릎앞과 위가 아픈 질환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