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성별에 유동적 의식
남자 그루밍 정보 없어
교육·가이드 필요해 시작
성소수자들 치장도 다뤄
멋부리고 화장하고 미용과 몸단장(frooming)에 투자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핑크는 여자아이, 블루는 남자아이라는 공식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시대, 전통적인 성별 구분의 잣대로 표준화되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런 추세가 점차 자연스런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의 미용과 치장을 전문으로 다루는 컬처 웹사이트‘베리 굿 라잇’(Very Good Light)이 화제의 사이트로 회자되고 있다. USC를 졸업한 LA 출신의 한인 2세 데이빗 이(David Yi)가 창안한 이 사이트는 특별히 유색인종 남성들과 게이, 여장남자 등 성소수자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데이빗 이는 남녀의 성 구분이 명확했고 이성애자만이 정상으로 간주되어온 사회에서 이제 많은 ‘다름’이 허용되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온 남자들에게 현대사회의 ‘남성다움’(masculinity)의 개념을 재정의하도록 하고 돕기 위해 작년 10월 웹사이트를 론칭했다. 인터넷 스타모델인 동성애자 제임스 찰스가 17세의 나이로 화장품 회사 커버걸(CoverGirl) 최초의 남자모델 ‘커버보이’가 된 바로 이틀 후였다. “그 사건은 내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아름다운 남자의 중요성에 대해 전 우주가 승인해준 것 같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는 데이빗 이를 지난달 LA타임스가 인터뷰했다.
-어떻게 미용과 스타일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나?
▲한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스킨케어는 나의 DNA에 새겨져있었고, 언제나 나의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입성하게 된 것은 남성들의 치장을 다루는 웹사이트를 론칭 하면서부터다. 내가 뼈 속 깊이 느끼는 것은 남자 미용(boy beauty)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운동이다.
-웹사이트 ‘베리 굿 라잇’을 왜 시작했나?
▲소년, 남자, 사내들 모두가 미용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해보고 싶어하는데 그들을 위한 출구가 없다. GQ나 에스콰이어 같은 잡지들은 너무 고리타분하고 이성애자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논조이며, 남성성에 관한 견해는 작은 상자 안에 갇혀있다.
남자들도 좋은 스킨케어를 위한 미용 정보와 요령을 알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어디로 갈 수 있나? 전통적인 남성들을 위한 사이트에도 갈 수 없고, 알루어(Allure)나 코스모폴리탄 같은 곳은 여성들을 위한 미용 사이트이며 여자와 남자의 피부는 다르기 때문에 여기도 갈 수가 없다.
화장도 그렇다. 남자가 여자 화장 하듯이 하면 어색하고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남자 그루밍 시장에 정말 갭이 있다는 것이고, 남자들을 위한 교육과 가이드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루밍은 성과 성별에 대해 유동적 의식을 가진 Z 제너레이션(X 제너레이션 다음 세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남성성을 재정의하는 채널이며 좀더 포괄적인 공간을 만들어주는 도구다. 드레스를 입는 제이든 스미스(배우)나 영 더그(Young Thug, 힙합가수)를 생각해보라. 이젠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나는 2017년의 남자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다. 누구나 아주 여성적인 남자로부터 완전 마초 남성적인 남자까지 어떤 남자도 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자신을 남자라고 여긴다면 그는 남자라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자율적 권한을 부여하는 안전한 공간과 웹사이트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 아이콘이 있나?
▲패션 인더스트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라프 시몬스(Raf Simons)를 들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스타일 아이콘은 K-팝 스타 지 드래곤(G-Dragon)이다. 샤넬 패션쇼에서 언제나 제 일선에 서는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멋진 팝스타라고 생각한다.
-남자 미용과 그루밍에서 가장 좋은 팁을 무엇인가?
▲자기 피부를 잘 알고, 거기에 맞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스킨케어라는게 그렇게 어렵고 무서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다 많은 남자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 사실 그것은 자기를 돌보는 셀프 케어(self care)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모이스처라이저와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요커로서 LA를 방문할 때 자주 가는 곳이 있나?
▲다운타운에 있는 베스티아(Bestia)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 또 코리아타운에 있는 라인 호텔도 너무 멋지다. LA에는 가라오케도 많고 뉴욕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한인 인구도 엄청 많아서 훨씬 한국적인 문화를 즐길 수 있다.
<LA타임스>
치장하고 싶은 남성들의 미용과 그루밍을 돕기 위해 웹사이트‘베리 굿 라잇’을 창설한 데이빗 이. <사진 Sarah 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