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 제1회 애틀랜타 문학상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겨울비

지역뉴스 | | 2017-01-24 19:06:44

문학회,이향숙,수필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어둡고 차가운 하늘에서 흐르는 겨울비는 지상에 놓여져있는 것들에 닿으면서 여러가지 소리를 만든다. 높다란 나무가지에 툭 떨어진 것은 잔가지를 거쳐 땅에 닿기전에 한번 더, 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쿨잎을 살짝 건드리며 맑은 소리를 내고는 바락에 쌓인 낙엽에 닿으며 둔한 소리를 낸다. 지붕을 향해 내리꽂히려다 키큰 소나무에 달린 커다란 솔방울을 만난 거슨 솔방을 적시고는 함께 그러나 다른 속도로 목표 지점에 닿는다. 그 빗소리는 둔중하고 무게감이 있는 소리로 지붕을 울린다. 어떤 빗줄기는 다행히 조그만 내에 다달아 조잘대며 흐르는 냇물이 된다. 크기나 무게가 다른 빗줄기들은 다른 높이의 소리를 만들어내며 아스팔트에 닿기도 하고, 나즈막한 잡목숲의 작은 잎들 위에 닿기도 하며 주로 단조의 음계를 만든다.

겨울비 내리는 날은 몸의 모든 세포들이 휴식을 원하는지, 그저 가만 앉아 바라보거나 생각에 감기거나, 아님 흐르는 음악에 몸을 토애 맡기고 싶어진다. 음악이 흐르지 않아도 빗소리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그냥 음악이 된다. 슬픈 단조로 흐르다가, 느닷없이 큰북소리로 지붕을 치며 놀라게 하다가, 가끔은 사분음표로, 혹은 바쁘게 십육분음표로 소리를 내기로 한다. 그 간격들은 악보도 없고 내 힘으론 예측이 안되므로, 그냥 소리를 듣는게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바람이 섞여 빗줄기가 흩날리는 소리는 자유로운 에드리브로, 마치 재즈처럼 몸을 건들거리게 한다. 간혹은 현으로만 이루어진 쿼텟의 분위기로, 가끔은 드럼의 독주를 듣게도 한다. 심심하다 싶으면 어느 금속에 닿으며 심벌즈처럼 크게 울림을 주기도 하고, 큰 소나무 가지에 달려있던 솔방울로 지붕을 때리며 큰북을 두두둥 울리기도 한다.

아.. 내 모든 추억들도 이 겨울비 내리는 날은 흑백영화로 둔갑을 한다. 어떤 부분은 낡은 필름이 영사기와 부딛쳐 내는 금속성의 소리로 찌찍거리며 형체를 알 수 없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선명하게 흑백이 구별되기도 한다. 눈을 감고 볼 수 있는 비오는 날의 흑백영화는 오롯이 나만의 것이다. 그 속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은 내가 아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내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나를 만들어 온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 흑백영화 속에는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물건들도 등장한다. 내가 몹시 아껴 한때 내가 어찌나 의지했던지 그것들 땜에 견딜 수 있었던 아픈 시간들이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스토리는 들려주지 않는다. 이미 삭제되어 기억너머로 사라지고 다만 이겨낼 수 있게 나를 지탱해준 고마운 물건들만 보여준다. 그중엔 잠자기 전 몇장의 LP판을 올려놓고 그 음악들이 다 끝나기 전에 내게 잠이란 묘약을 준 낡은 전축이 있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알게된 작가 ‘이상’에 빠져, 내 우울과 버무려지며 헌책방 냄새를 풍기던 그의 책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사춘기때 위대한 스승이었던 도스토예프스키가 있다. 그와 함께 러시아를, 러시아의 음악과 문학을 동경하던 내가 그 소련이라는 나라를 드디어 여행할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으로부터는 한참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어느 지점이었고, 역시 그 나라의 문화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그것도 내 흑백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제는 내게 남아있지 않은, 다만 그 흑백영화속에만 등장하는 많은 것들의 무게가 나를 짓누르며 겨울비 속에 가만 앉아있게 만든다.

겨울비는 조용히 때로는 거칠게 하늘에서 지상으로 흐르며, 나뭇잎을 흔들기도, 지붕을 때리기도, 아스팔트를 적시기도, 작은 시내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기도, 잔나무가지에 머물렀다 떨어지기도 하면서 나를 천천히 적신다. 겨울비에 젖은 나는 먼날 다시 돌아볼 한편의 흑백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의자등에 조금 더 깊숙히 묻힌다. 겨울비가 주는 무게감과 내 몸의 발란스를 맞히면 이 분위기를 더 깊이, 더 아프게, 더 행복하게, 더 촉촉하게, 내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조지아 민주당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까
조지아 민주당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까

바텀스 '생활비 해결' 최우선 과제극단주의 배제, 중도실용노선 천명 지난 3일 중간선거에서 조지아주에서 24년간 이어져 온 공화당의 아성이 완전히 무너지고 민주당의 주지사 탈환,

조지아 예비비 반토막, 바텀스 공약 추진 '빨간불'
조지아 예비비 반토막, 바텀스 공약 추진 '빨간불'

공화당 돈 잔치, 165→87억 달러로 줄어바텀스 핵심 공약 이행에 자금 부족해 주지사 선거와 주 의회 선거에서 거둔 승리로 민주당의 오랜 숙원 과제들은 오는 1월 새로운 활력을

귀넷카운티, 홈스테드 감면안 압도적 가결
귀넷카운티, 홈스테드 감면안 압도적 가결

스쿨택스 면제 장애군인, 교직원까지 귀넷카운티 주민들이 이번 주 세금 경감을 위한 두 건의 홈스테드 감면 주민투표를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키며 재산세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이번

C Land Realty, 조지아 부동산 전문 교육기관 CRI 설립
C Land Realty, 조지아 부동산 전문 교육기관 CRI 설립

전문 인력 양성, 스티븐 리 대표 강의 C Land Realty가 뉴저지에서 5년 이상 운영해 온 부동산 전문 교육기관 CRI(C Land Research Institute)의 교

30년 장인의 수작업으로 피어나는 '반지 위의 정원'
30년 장인의 수작업으로 피어나는 '반지 위의 정원'

한국 '행복귀금속' 뿌리 둔 맞춤 주얼리 스튜디오애틀랜타 '루터스 다이아몬즈' 10년째 명맥 1994년 한국 '행복귀금속'에서 출발한 가족 주얼리 하우스 '루터스 다이아몬즈(Lut

시온마켓, 5-11일 보령 우수농수산물 특판전
시온마켓, 5-11일 보령 우수농수산물 특판전

5일-11일 7일간 특판전 시온마켓 둘루스점이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한국 보령시 특산품 연례 홍보판촉전인 ‘2023 만세보령 우수농수산물 홍보특판전’을 성황리에 개최하고 있다

미쉘 강 당선자 선거운동 감사파티 성황
미쉘 강 당선자 선거운동 감사파티 성황

"삶이 나아지도록 정성 담아 의정활동"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조지아주 하원 99지역구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미쉘 강 주하원의원 당선자의 선거운동 감사파티가 5일 저녁 둘루스

귀넷 카운티, 대규모 재활용품 수거 행사
귀넷 카운티, 대규모 재활용품 수거 행사

7일 귀넷 페어그아운드전자제품 ∙ 폐타이어 등  귀넷 카운티가 대규모 재활용품 수거 행사를 개최한다.토요일인 7일 귀넷 카운티 페어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규모 재활용품 수거

자이언트 판다 ‘핑핑∙푸솽', 오늘 일반 공개
자이언트 판다 ‘핑핑∙푸솽', 오늘 일반 공개

한달 간 검역·적응 기간 거쳐 600만불 들여 새 보금자리도  2년 만에 애틀랜타 동물원에 돌라온 자이언트 판다 핑핑과 푸솽이 6일 일반 관람객들에게 처음 공개된다.애틀랜타 동물원

대한항공, USA투데이‘10베스트 어워즈’3관왕
대한항공, USA투데이‘10베스트 어워즈’3관왕

비즈니스 및 일등석에기내식·객실승무원도 대한항공은 유력 종합일간지 USA투데이가 주관하는 ‘2026년 10베스트 리더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3관왕에 올랐다고 5일 밝혔다. 대한항공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