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PC용 CPU값 10% 인상 추진
가격결정력 회복…수익성 개선 무게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활 전략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과감하게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차세대 기술 선점에도 적극 나서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일 대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텔은 올 10월 PC용 중앙처리장치(CPU) 가격을 약 10%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텔 주가는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서도 9.1% 급등한 104.47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인텔의 주가 상승은 약 144%에 달한다.
인텔은 올 들어 수요가 늘어난 CPU 가격을 수차례 높여왔다. 1분기 PC용 CPU 가격을 약 10% 올렸고 7월에도 코어 울트라7 270K 플러스 등 CPU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텔의 가격 결정력에도 힘이 실린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발판 삼아 인텔은 가격 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인텔은 7월 발표한 2분기(4~6월) 실적에서도 AI 관련 수요에 힘입어 15년 만에 가장 강한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매출총이익률은 무려 42%를 나타내며 전년 동기(2.5%) 대비 크게 개선됐다. 인텔은 당시 “판매량 증가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었고 더 높은 가격에 칩을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4월 테슬라·스페이스X가 주도하는 테라팹 프로젝트에 1.4㎚(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14A 공정 기술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굵직한 파트너십도 속속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 파운드리 실적은 아직 적자에 빠져 있다. 2분기 인텔 파운드리 매출은 58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21억 달러에 달했다. 자체 물량 의존도가 높아 외부 고객 매출은 2억 930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인텔은 이런 한계를 차세대 노광장비 도입을 통해 돌파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인텔과 ASML은 8일 차세대 노광 기술인 ‘고개구수극자외선(High NA EUV)’ 노광장비로 100만 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초기 테스트 처리량까지 포함한 실적으로 전체가 양산 물량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100만 장이라는 수치는 기술 운용이 안정화에 접어들었음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파운드리 부활을 선언한 인텔의 노력이 수치로 처음 확인된 셈이다.
미국 오리건주 인텔 공장에 설치된 ASML의 고개구수극자외선(High NA EUV) 노광장비 ‘트윈스캔 EXE:5000’. 출처=인텔
ASML이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하는 고개구수극자외선 노광장비는 현재 0.33 수준인 EUV 개구수(NA)를 0.55까지 높여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인텔은 2024년 미국 오리건주 공장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고개구수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도입했다. ASML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ASML의 고개구수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사용한 누적 웨이퍼 출하량은 약 135만 장이다. 인텔의 누적 처리량이 100만 장인 것을 고려하면 인텔이 이 분야에서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외신들은 “이는 경쟁사들이 복제하는 데 수년이 걸릴 독점적 경험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파운드리 선두 업체들은 고개구수극자외선 노광장비 도입에 그다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TSMC는 2030년, 삼성전자는 2028~2029년으로 양산 시점을 넉넉하게 잡고 있다. 4억 달러(약 5300억 원)에 달하는 고개구수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도입하는 것보다 기존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 수율과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개구수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적용한 인텔의 18A 공정의 대형 고객이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18A 수주와 관련해 예비 협의나 파트너십은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 계약 소식은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경제=박윤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