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이슈 집중 분석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
고물가·가계 체감경기 악화
경제 불만·정치적 포퓰리즘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근로자들이 가져가는 국민소득의 몫은 195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과 기업에 투자한 부유층의 자산은 빠르게 불어나는 반면 월급에 의존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높은 물가에 눌리면서 경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에서는 전국 평균보다 식료품과 개솔린 가격 상승폭이 더 커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욱 큰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연방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 자료를 인용해 올해 2분기 미국 기업의 세전 이익이 연율 환산 기준 4조8,274억달러에 달했으며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후 시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임금과 복리후생 등을 포함한 근로자 보상은 국민소득의 약 60%로 떨어졌다. 이는 195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성장의 과실 가운데 기업과 자본이 가져가는 몫은 커지고 노동에 돌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BLS에 따르면 7월 실질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0.2% 감소했다. 명목임금이 올랐더라도 물가가 더 많이 오른 결과다.
쉽게 말하면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조금 올랐어도 그보다 식료품, 외식, 주거비, 자동차 정비비, 에너지 비용 등이 더 빠르게 오르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는 뜻이다.
전국 소비자물가도 7월 기준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식품 가격은 3.0%, 식료품점에서 구입하는 식품 가격은 2.7% 올랐다. 외식비는 3.4% 상승했다.
LA 지역의 7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식품 가격이 1년 전보다 3.2% 상승했고, 이 가운데 마켓에서 구입하는 식료품 가격은 3.9% 올랐다. 외식비도 2.6% 상승했다.
에너지 비용 부담은 더욱 컸다. LA 지역 에너지 가격은 1년 사이 15.8%, 개솔린 가격은 무려 23.0% 상승했다.
결국 월급을 받는 한인 가정이나 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이익이 사상 최고’라는 뉴스가 곧바로 자신의 생활 형편이 좋아졌다는 의미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켓에서 장을 보고, 자동차에 기름을 넣고, 식당에서 가족과 한 끼를 먹을 때 지출해야 하는 돈이 계속 늘어나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기업들의 이익 증가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기술기업들이 AI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으면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 기업 역시 높은 유가의 영향을 받으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을 많이 보유한 가구는 기업 이익 증가를 통해 자산소득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자산이 많지 않고 월급에 대부분 의존하는 가구는 기업 이익 증가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내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가’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국 경제나 기업 이익보다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더 중요하다.
월급이 3% 올랐는데 물가가 3.4% 올랐다면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진다. 특히 식료품과 주거비, 자동차 관련 비용처럼 매달 반복적으로 지출하는 항목이 오르면 가계가 느끼는 압박은 더욱 커진다.
기업과 근로자 사이의 격차를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도 나왔다.
FT가 인용한 미국 정책연구소(IPS) 분석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미국 100대 저임금 기업의 CEO 보수는 41% 증가했다. 반면 이들 기업의 근로자 중간소득은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26%였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이러한 소득 격차가 경제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적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 최저임금, 노조, 복지예산, 주거비와 의료비 등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기존의 경제정책만으로는 유권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보고 보다 강한 포퓰리즘적 메시지를 내놓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하더라도 그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기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내 지갑은 왜 얇아지는가’라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의문이 이번 기업 이익·근로자 소득 통계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