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빈 박사, 케이데이 페이스 주치의
여름은 당뇨병 환자에게 결코 방심할 수 있는 계절이 아니다. 많은 사람은 겨울철에는 혈압과 심혈관질환을 걱정하면서도 여름에는 오히려 건강관리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온다습한 환경은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고, 탈수와 열사병은 물론 심혈관질환과 신장 기능 저하의 위험까지 높인다. 특히 고령의 당뇨 환자는 갈증을 느끼는 능력과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더위에 더욱 취약하다. 여름철 당뇨 관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폭염 자체보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방심이다.
여름철 당뇨 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충분한 수분 섭취다.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이 감소하고 혈액은 농축된다. 그 결과 혈당은 쉽게 상승하고 신장에도 부담이 커진다. 혈당이 높을수록 소변량이 늘어나 탈수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갈증을 느낀 뒤 물을 마시는 것은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조금씩 자주 물을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만 심부전이나 만성 신장질환으로 수분 제한이 필요한 환자는 의료진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하는 음료도 중요하다. 탄산음료와 과일주스는 물론 스포츠음료에도 상당한 양의 당분이 들어 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마신 음료가 오히려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다. 가장 좋은 음료는 결국 물이며, 무가당 차도 좋은 선택이다.
여름철 과일 역시 적당량을 지켜야 한다. 수박, 참외, 복숭아, 포도는 비타민과 수분이 풍부하지만 당도 함께 많이 들어 있다. ‘과일은 몸에 좋으니 많이 먹어도 된다’는 생각은 위험한 오해다. 중요한 것은 종류보다 양이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적당량을 식사 후에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 과일주스는 식이섬유가 줄어 혈당을 훨씬 빠르게 올리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더위 때문에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는 것도 위험하다.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는 식사를 하지 않으면 저혈당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저혈당은 어지러움과 식은땀에서 시작해 심하면 의식 저하와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욕이 없더라도 계란, 두부, 생선, 그릭요거트처럼 단백질이 포함된 간단한 식사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은 당뇨 관리의 핵심이지만, 여름에는 운동 시간 선택이 중요하다. 한낮의 폭염 속 운동은 혈당 개선보다 열사병 위험을 먼저 높인다. 운동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처럼 기온이 낮은 시간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 운동 중 어지러움이나 심한 피로감, 식은땀이 나타난다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발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뇨병이 오래되면 발의 감각이 둔해져 작은 상처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여름에는 슬리퍼나 샌들을 자주 신기 때문에 상처가 생기기 쉽고, 이것이 감염과 족부궤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 한 번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를 확인하고, 상처나 물집이 발견되면 조기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혈당 측정도 계절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평소와 다른 식사, 운동량 변화, 탈수, 발열이나 감염이 생겼다면 혈당을 평소보다 자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혈당이 지속적으로 매우 높거나 심한 갈증, 반복되는 구토,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당뇨병은 계절에 따라 사라지는 질환이 아니다. 다만 계절에 따라 관리의 초점은 달라진다. 여름철 당뇨 관리의 핵심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 당분이 많은 음료의 제한, 규칙적인 식사, 안전한 시간대의 운동, 매일의 발 관리, 그리고 필요할 때 혈당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고 당뇨 합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