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25% 급락… 58년래 최악
2분기 잠정 실적 예상치 밑돌아
고객사“더 오르기 전 컴퓨팅 확보”
추론특화 대형서버‘z17’마저 뒷전
SW주 약세… 위기론은 과도 분석도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인 IBM 주가가 하루 만에 25% 폭락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가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인상)에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며 매출 부진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정보기술(IT) 예산이 칩 확보에 집중되면서 IBM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IBM은 14일 2분기 잠정 매출이 전년 대비 1% 늘어난 172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2.93달러로 전망돼 예상치인 3.01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크리슈나 CEO는 투자자 서한에서 “우리는 충분히 빠르게 적응하고 움직이지 못했고 다수의 대형 거래가 예상했던 일정 내에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22일 실적 발표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기대 이하의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주식을 대거 내던졌다. 이날 IBM은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25.21% 떨어진 21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70억달러 증발하면서 IBM 몸값은 2,050억달러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1968년 1월 3일부터 IBM 주가 데이터 집계 이후 58년 만에 최대 추락이라고 전했다. 포브스는 ‘검은 월요일’로 불리는 1987년 10월 19일 증시 폭락 때 기록(23%)을 뛰어넘었다며 IBM 주가가 115년 역사상 가장 크게 떨어진 날이라고 평가했다.
주가 폭락의 진원지는 IBM 인공지능(AI) 인프라 z시리즈의 최신 제품인 ‘z17’ 판매 부진이다.
z17의 AI 가속기는 신용카드 사기 탐지, 리스크 스코어링 등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온칩(on-chip) 추론에 특화된 제품으로 은행들이 앤트로픽 ‘미토스’ 같은 최상급 AI 모델 도입에 필요로 하는 엔비디아·AMD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반 범용 AI 컴퓨팅과는 애초에 다른 범주다.
IBM은 주요 은행들이 z17은 물론 하드웨어와 연동되는 소프트웨어까지 구매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IBM은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z17 출하가 2분기 본격화된다며 칩플레이션을 고려해도 인프라 매출 하락 폭이 한 자릿수 초반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인프라 매출은 7% 하락으로 예상됐다.
IBM의 기대가 빗나간 것은 고객사들의 IT 예산이 컴퓨팅 확보에 몰렸기 때문이다. 고객사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버·스토리지·메모리부터 확보하기 위한 구매를 서두르면서 z17과 연계 소프트웨어처럼 다년 계약이 걸린 대규모 구매는 뒷전으로 밀렸다.
크리슈나 CEO는 “6월 몇 주 동안 고객들이 공급이 제한된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자본 지출을 서버·스토리지·메모리 구매로 전환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공급망 관련 영향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자본 지출 우선순위 재조정이 어느 정도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칩 공급망 문제와 별개로 IBM과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외면을 실감했다는 토로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구매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징후가 포착되자 서비스나우(5.76%), 어도비(4.26%), 워크데이(3.49%), 세일즈포스(2.14%) 등 관련 기업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제이컵 본 이마케터 애널리스트는 “AI 인프라 구축은 자본 투자를 기존 소프트웨어에서 메모리 칩과 같은 하드웨어로 이동시키고 있다”며 “시장은 AI 경쟁에서 뒤지는 조짐을 보이는 기업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때와 같은 소프트웨어 전체 위기로 몰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에버코어ISI의 커크 마터네는 IBM 실적 부진은 특정 인프라 상품과 관련이 있다면서 이를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의 약세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경제=김창영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