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 발신번호 조작해
“범죄 연루됐다”며 협박
가짜 검찰사이트 유도
송금 요구·개인정부 탈취
“의심 땐 바로 끊고 신고”
미 전역에서 재외공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한인들을 노린 사기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기범들은 발신번호를 조작해 실제 재외공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뒤 “범죄에 연루됐다”고 협박하고 가짜 정부기관 홈페이지로 유인해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수법을 쓰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시엔다 하이츠에 거주하는 강모씨는 최근 바쁜 아침 시간대 워싱턴 DC 주미대사관 대표번호인 ‘202-939-5600’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주미대사관 이OO 사무관”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서울중앙법원에 전달된 서류가 있다”며 강씨에게 공관 방문을 요구했고, 강씨가 지역이 달라 방문이 어렵다고 하자 인터넷으로 서류를 확인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사기범이 알려준 사이트는 실제 서울중앙지검 홈페이지를 본뜬 가짜 사이트였다. 강씨가 사이트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자 인터폴 공문과 구속영장 등이 나타났고 베트남 마약 운반 혐의로 인터폴 수배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후 사기범은 “마약사범 강모씨를 알고 있느냐”, “최근 베트남에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 추궁하며 “여권 효력은 이미 중지됐다”고 압박했다.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질문들에 강씨가 “이거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묻자 상대방은 잠시 침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강씨는 “뉴스에서 여러 차례 봤던 수법이지만 직접 겪어보니 매우 교묘해 순간적으로 정말 속을 뻔했다”며 “너무 영화 같은 이야기였지만 막상 직접 당하니 ‘내 신분이 도용됐나’ 싶어 순간적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기범들은 총영사관 직원을 사칭해 “한국 법원이나 검찰에서 전달할 서류가 있다”거나 “범죄에 연루돼 확인이 필요하다”며 피해자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이후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 한국 정부기관을 잇따라 사칭해 가짜 정부기관 홈페이지 접속이나 시그널(Signal), 텔레그램(Telegram) 등 특정 메신저 설치를 유도한다. 이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빼내거나 수사와 체포영장을 빌미로 해외 계좌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이같은 보이스피싱 사기 시도 사례들은 미 전역의 한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뉴욕 총영사관은 지난 15일 공지문을 통해 “총영사관을 사칭한 범죄 행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한인사회의 주의와 철저한 대응을 당부했다.
외교당국은 한국 정부기관은 전화나 온라인 등을 통해 개인정보나 금전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요구를 받을 경우 절대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발신번호를 조작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의 흔한 수법인 만큼, 실제 관공서 전화번호와 동일하게 표시된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링크 클릭이나 개인정보 입력, 양식 서명 등 어떠한 형태로도 개인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실제 공관이나 다른 정부기관과 진행 중인 업무가 있어 보이스피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발신자에게 소속과 성명을 확인한 뒤 일단 전화를 끊고, 인터넷 등 공식 경로로 확인한 대표번호로 직접 연락해 해당 직원의 근무 여부와 실제 발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황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