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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미 반도체 청구서… 한국·대만 투자확대 압박

미국뉴스 | 경제 | 2026-02-20 09:44:09

베일 벗은 미 반도체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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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관세 부과 땐 경쟁력 타격

삼성전자 57조 들여 미 공장 증설

하이닉스 패키징 설비에 6조 베팅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1,650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에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는 ‘답안’을 제시하면서 세계 1·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거센 투자 압박을 받을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만과 같은 조건을 적용받도록 합의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TSMC의 대미 투자 규모가 삼성·SK를 압도하고 있어 그에 상응하는 추가 투자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9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의 반도체 무관세 혜택을 TSMC의 고객사들과 연계했다. TSMC에 반도체 제품 생산을 위탁하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들에 무관세 혜택을 배분하는 내용을 관세협정에 담은 것이다.

 

미국과 대만 정부 간 합의한 반도체 무관세 방정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에 불리한 내용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하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과 대량 공급계약을 체결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지만 무관세 쿼터를 충분히 받으려면 TSMC 수준으로 미 공장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

 

업계는 미국과 대만의 관세 협상 합의안을 그대로 적용할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을 더욱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미 텍사스주에 테일러 공장을 짓는 데 약 370억달러, 오스틴 공장 증설에 19억달러 등 총 389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는 데 41억달러 투자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TSMC가 미국에 투자하는 1,650억달러와 키를 맞추려면 삼성과 SK가 1,220억달러를 미국에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액만 각각 360조원, 600조원에 달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관세 폭탄을 피해 미국에 추가 생산시설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투자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국이 요구하는 메모리반도체 라인을 현지에 건설할 경우 생산 라인 1개당 약 60조~70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주식예탁증서(ADR)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부족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미국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해야 할 경우 삼성·SK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규모는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해야 하기 때문에 관세만으로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만과 같은 관세 면제를 받지 못하면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고부가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만으로 수출돼 조립되지만 최근 시장은 범용 제품인 D램도 품귀 현상이 벌어지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국내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 수출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123억달러의 메모리반도체를 직접 수출했는데 올해 전체 반도체 수출은 2,000억달러, 대미 수출은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5% 관세를 맞게 되면 부담할 관세 비용만 7조 원이 넘는다. 만약 대만과 멕시코 등을 우회해 수출되는 한국산 반도체까지 관세에 노출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

 

<서울경제=구경우·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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