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가주 도시 상위권
연봉 10만달러를 받아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와 렌트비, 소득세율 등으로 인해 남가주 도시들의 구매력이 전국 꼴찌 수준이다. 주민들이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다. [로이터]](/image/fit/290703.webp)
흔히 ‘꿈의 연봉’이라 불리는 10만달러. 하지만 캘리포니아, 특히 남가주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에게 이 숫자는 더 이상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는 척도가 되지 못하고 있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와 가혹한 세금 체계가 개인의 ‘구매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소비자 경제 전문매체 ‘컨슈머 어페어스’가 미국 100대 대도시의 세금 비율과 생활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봉 10만달러의 가치가 가장 낮은 도시 목록 상위권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휩쓸었다. (도표 참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남가주의 집중도다. LA를 비롯해 한인 밀집 지역인 어바인, 애나하임, 샌타애나, 롱비치 등 남가주를 대표하는 5개 도시가 나란히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도시에서 10만달러 연봉자의 세후 실질 구매력은 6만6,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텍사스주 라레도처럼 주세가 없고 생활비가 저렴해 10만달러 연봉이 9만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지역과 비교했을 때, 연간 2만달러 이상의 구매력 격차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남가주 거주자는 똑같은 노동의 대가를 받더라도 타 지역 거주자보다 매달 약 2,000달러씩 손해를 보며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소득의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캘리포니아 특유의 높은 소득세율이다. 컨슈머 어페어스는 “실수령액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는 미 전역의 주 및 지방세율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주 소득세를 부과하는 곳 중 하나다.
더 큰 복병은 바로 ‘주거비’를 포함한 고물가 구조다. 남가주 지역의 렌트비와 모기지 이자 부담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컨슈머 어페어스는 “세금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며, 주거비와 생활비 또한 실질 소득을 빠르게 감소시킨다”며 “일부 도시에서는 10만달러가 생존하기에 급급한 금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남가주 5개 도시는 컨슈머 어페어스가 선정한 ‘미국에서 생활비가 가장 비싼 도시’ 목록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높은 생활비와 세금이 합쳐지면 거주자의 총소득과 실제 구매력 사이에 극명한 격차가 발생하며, 이는 억대 연봉도 ‘푼돈’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구매력 저하는 단순히 개인의 소비 위축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연봉 10만달러를 받는 숙련된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중견 직장인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타 주로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의 핵심 원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바인과 LA 같은 남가주의 핵심 거점 도시들조차 실질 구매력 하위권에 포진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높은 교육 수준과 안전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개인의 가처분 소득을 바닥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캘리포니아 거주자들에게 10만달러는 치열한 대도시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 된 모양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남가주의 많은 가정이 10만달러라는 상징적 액수를 벌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중산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다”며 “개개인은 세후 가용 소득을 기준으로 더욱 보수적인 자산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하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중산층 구매력 보존을 위한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나 주택 공급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박홍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