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수필] 정이란 무엇일까

지역뉴스 | | 2025-05-05 10:02:21

수필,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정이란 무엇일까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대낮의 악기점은 한산했다. 서너 명의 종업원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나를 힐긋 쳐다볼 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두 주전에 수리 맡겼던 기타를 찾으러 들른 것이 오늘이 두 번째다. 내일은 꼭 기타를 써야 하는 데, 오늘도 고쳐져 있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기타를 맡겼던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는데, 나를 향해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백인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 What can I help you?" 가까이 다가온 그가 공손하게 물었다. 청년의 태도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 악기점을 들락거린 지 거의 십 수 년이 넘었지만, 종업원이 먼저 다가와서 도와주려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내 손에서 접수증을 받아든 그가 내 기타를 찾아냈다. 기타는 여전히 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낙심한 내 표정이 딱해 보였는지, 지금 바로 손 봐 주겠다고 했다. 수리를 마친 후에도 요리조리 살피며 거듭 확인을 하고, 튜닝까지 마치고서야 기타를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어디에서든지 맡은 일에 충실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신뢰감이 생긴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저리 예의바르게 아들을 키워낸 부모의 교육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수리비를 계산하면서 이 십 불짜리 지폐 한 장을 더 얹었다. 팁이라는 내 말에 쌍꺼풀진 눈이 휘어지도록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만, 금세 손사래 치며 사양했다.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한국어로 또렷하게 말하는 모습에 내가 멈칫하자 그가 덧붙였다. "My mom is Korean“. 아, 그래서 뭔가 느낌이 달랐구나. 

 

언젠가부터 한국식 예절이 몸에 밴 젊은이를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쓸쓸해진다. 자책감이다. 어쩌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한국의 예절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을까. 사실, 나는 한국의 것들을 간직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그저 현실에 빨리 적응하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던 젊은 시절의 나는 참 무지했다. 

 

가끔 아이들이 어렸을 적 살았던 집 마당의 풍경을 떠올릴 때가 있다. 휴일이면 잔디 위 뜀박질, 해맑은 웃음소리, 꽃잎 날리던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풍족한 삶이었다. 물론 그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 탄탄하게 자립하며 사는 지금 모습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아이들의 삶에서 냉랭한 느낌을 받을 때면, 지난 세월 한국의 문화를 가르치지 못했던 것이 참 미안하다. 

 

얼마 전부터 우리 부부의 늘그막 인생에도 새로운 꿈이 생겼다. 따지고 보면, 손자를 두 명이나 안겨준 아들과 며느리 덕분이다. 내 자식에게는 전해주지 못했지만, 손자들에게는 한국의 전통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학교도 보내고, 국악도 가르치면서 한국인의 정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다. 

 

물론 손자들의 교육에 관여하려면 아들 내외의 허락을 받아야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우리 부부의 책략에 걸려들었다. 바쁜 일상의 틈새를 돈이든, 물품이든, 품앗이로든 부모가 작정하고 물심양면으로 꾀는데 넘어오지 않을 자식이 어디 있을까. 두 달 후엔 십 분 거리 근처로 이사 오기로 했단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자에게는 한국의 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한 번 가르쳐 볼란다. 울랄라! 생각만 해도 신난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비즈니스 포커스-김철회 태권도장〉 “무예와 지성 겸비 태권도인 양성”

"태권도 통해 '예'와 '인성'을 수련"썸머스쿨, 방과후 학교 인기 폭발  스와니 시청 옆에 위치한 김철회 태권도장(World Class Taekwondo)은 예와 인성을 중시하는

‘본국가서 신청’ 지침 완화하나… “미, 강화한 영주권규정서 후퇴”
‘본국가서 신청’ 지침 완화하나… “미, 강화한 영주권규정서 후퇴”

재계 반발 영향…이민정책 둘러싼 트럼프 지지층 내 갈등 보여주는 사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영주권을 본국에 돌아가 신청하라며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준비 힘차게 출발

4일 발대식 열고 축제 준비 시작헨드릭슨 귀넷의장 명예 대회장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벌 재단은 4일 저녁 귀넷카운티 사법행정센터에서 2026 코리안 페스티벌 발대식을 개최했다.올해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발간

미동남부 한인회연합회는 4일 둘루스에서 『미동남부 한인사회 40년사』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2022년 홍승원 전 회장이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4년 만에 완간한 이 책은 연합회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정치·경제적 성과, 한인체육대회, 참정권 운동 등 6개 분야의 기록을 담았다. 출판기념회에는 박선근 초대회장, 김기환 현 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14세 한인 카일리 정, 조지아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 등극

최종 합계 6언더파 210타(73-70-67)로 우승8월 US 여자 아마추어챔피언십 출전권 획득 커밍 출신의 14세 한인 소녀 카일리 정(Kylie Chung)이 3일 기량이 뛰어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폰지사기 뒤 사라진 귀넷 남성에 거액 현상금

FBI,제보자에 15만달러 90여명 1천만달러 피해 수년 전 대형 폰지 사기극을 벌인 뒤 사라진 귀넷 출신 남성 검거를 위해 연방수사당국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며 수사 수위를 높이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조지아,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

최근 비로 다소 완화 불구식수원 수위 아직도 낮아 최근 1,2주 사이에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타를 비롯한 조지아 전역에 닥쳤던 가뭄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이 진단

‘미친 환율’… 1,540원도 뚫렸다
‘미친 환율’… 1,540원도 뚫렸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 외국인 ‘셀 코리아’에 외환시장 불안 가중  한국시간 4일 오후 환율이 1,530원대를 넘어섰다. [연합] 달러·원 환율이 한때 1,540원 선까지 가는 등 급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추방 막으려면 돈 있어야… 이민법원 비용 장벽 높다

신청수수료 최대 13배 올라 추방유예 비용도 387% 인상“사실상 법적 구제 차단” 이민 단체·변호사들 우려  이민 법원의 수수료 비용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 김영수 교수 ‘가드너 상’

아스팔트·고속도로망 연구교통안전성 개선 연구 인정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을 역임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토목·건설·환경공학과의 김영수 석좌교수가 ‘2026 올리버 맥스 가드너 상’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