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정숙희의 시선] 뮤지엄에 불이 붙으면

지역뉴스 | | 2025-01-15 15:05:05

정숙희의 시선, LA미주본사 논설위원,뮤지엄에 불이 붙으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신년벽두부터 LA를 휩쓸고 있는 엄청난 화마로 걱정과 불안이 그치지 않는다. 직간접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시각각 뉴스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사상 유례없는 비극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있다. 

14일 현재 25명이 숨지고 1만2,000여 채의 집과 건물이 소실된 가운데 또 하나 가슴 쓸어내리는 소식이 지난 주말 전해졌다. 미 서부지역 최대의 명소인 게티 센터(Getty Center)가 강제대피 구역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팰리세이즈 산불’이 해변 주택가를 초토화시킨 후 내륙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게티 센터와 브렌트우드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불 초기에는 말리부에 있는 게티 빌라(Getty Villa)에도 불똥이 튀어 정원과 일부 시설이 불타는 피해를 입었으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산불, 지진, 홍수, 전쟁 등 재난에 의한 손실은 개인들의 피해도 가슴 아프지만 문화유산과 예술품의 경우 한번 잃으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특히나 더 비극적이다. 2018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의 화재가 좋은 예다. 그 화재로 소장품 2,000만 점이 대부분 소실됐는데 여기에는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고대 유물과 화석, 운석, 미라 등이 포함돼있었다고 한다. 2015년 러시아에서는 사회과학학술정보연구소 도서관에 불이 나면서 수백년 된 기록과 문서, 희귀도서 등 200만여 권이 훼손되기도 했다. 

만일 팰리세이즈 산불이 게티 센터로 번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름다운 건축물과 정원, 10만 점이 넘는 귀중한 예술품들을 잃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셔도 될 것 같다. 산타모니카 산 정상에 자리잡은 게티 센터는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는 물론 110에이커에 달하는 부지 전체가 방재 시스템을 완벽하게 탑재하고 있다.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10년 넘게 공들여 지으면서 산불 등 화재에 끄떡없이 견딜 수 있도록 돌과 강철, 콘크리트로 설계한 덕분이다. 

지붕은 모두 내화성 쇄석골재로 덮었고, 건물 외벽과 바닥은 석회암의 일종인 두툼한 트래버틴을 사용했으며, 강화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 내벽은 자동 방화벽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불이 나면 자동 차단되면서 어느 곳으로도 번지지 못하게 막는다. 또 건물들 주변의 광장들은 불이 쉽게 번지지 않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뮤지엄 내부엔 탄소필터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 장착돼있다. 비상 시 공기 흐름을 역류시켜 외부에서 연기나 재가 들어오지 못하고 밖으로 밀려나가도록 하는 밀폐기능이다. 물론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있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으로 작동하게 된다. 물은 소장품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과 관개시설 또한 놀랍다. 설치작가 로버트 어윈이 설계한 게티의 정원은 건축물 가까운 곳에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여 내화성이 강한 아카시아 관목이 심겨져있고, 조금 떨어진 곳은 가뭄을 잘 견디는 식물과 참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으며, 연중 세심하게 관리되어 불씨가 될 수 있는 관목과 가지들을 미리미리 쳐낸다. 중앙 가든은 물을 항상 많이 대는 잔디와 관개 시스템으로 둘러싸여 화재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또 게티의 주차장 지하에는 100만 갤런의 물탱크가 있고, 관개 파이프들이 지하 네트워크로 연결돼있어 불이 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땅을 미리 적시게 된다. 게티 센터는 2017년 ‘스커볼 파이어’와 2019년 ‘게티 파이어’ 때도 큰 산불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스커볼 파이어 때는 잉걸불이 게티 산언덕까지 날아와 발화가 시작됐지만 곧 꺼져버렸고, 게티 파이어는 인근 숲을 600에이커나 태웠지만 게티 센터에는 다가오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방재시스템이 작동하여 땅이 온통 젖어있던 탓에 불이 번지지 못한 것이다. 

이쯤 되면 “게티 센터는 불이 났을 때 예술품을 보관하기에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건축가 마이어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현대의 중요한 박물관들은 대부분 이처럼 소장품을 보호하기 위한 철저한 방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뮤지엄은 수만에서 수백만 점에 이르는 유물과 예술품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특수 시설이기 때문에 유물들을 적절하게 보관할 수 있는 온도, 습도, 조명은 기본이고 대기오염, 화재, 인위적 파손 등의 손상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첨단공법을 사용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소장품의 재료에 따라 환경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일도 필수다. 회화와 종이, 사진, 목제품, 도자기, 토기, 금속, 석재, 유리, 직물 및 텍스타일 등의 민감도가 모두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게티 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그 멋진 건축물과 시원한 전망, 아름다운 정원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곤 했는데, 그 시설과 조경이 단지 관상용이 아니라 세심하게 계획되고 조율된 방재 시스템의 일부였다니 경이를 금할 수 없다. 부디 게티 센터와 우리 모두가 LA에 찾아온 최악의 재난으로부터 무사하고 건재하기만을 간절히 빌어본다.            

<정숙희 LA미주본사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차 팔아 22달러 25센트 병원에 기부해주민 기부 동참, Aflac 대표 10만 달러   조지아주의 한 12세 소년이 뇌종양과의 사투 속에서도 암 연구를 위해 모은 작은 기부금이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경찰 1명 살해, 1명 중상 입혀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대배심은 지난 2월 지역 경찰관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35세 디캡 카운티 남성을 22일 기소했다.귀넷 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SK온-현대차 배터리공장 '더 커먼스' 설계 스와니 한인 건축 디자인 회사 아키플랜(대표 토니 김)이 지난 18일 애틀랜타 서밋 앳 8 웨스트에서 열린 미 건축가협회(AIA) 조지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3월 신차 20.2%, 중고차 53.9% ↑현대차 전기차 판매 40% 급증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 3월 새로운 모델이나 파격적인 혜택이 아닌, '주유소 가격표'의 영향으로 강력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개인 250달러, 부부 500달러 환급 조지아주 납세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일회성 소득세 환급금이 오는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조지아주 세무국(DOR)의 보고를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작년 이어 올해도 주 전역 확산 독성이 강한 외래종인 아시안 침 개미 (Asian needle ant)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조지아 전역에 확산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조지아 대학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공화 성향 에설론 인사이트 후보간 가상 대결 여론조사 바텀스, 오차범위 안서 앞서 올해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인 키샤 랜스 바텀스 후보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오차

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대대적 확대’ 추진
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대대적 확대’ 추진

취소대상 총 384명 선정전국 연방검찰 사건 배당 추방·이민단속 강화 차원 “시민권자들도 불안·긴장”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 박탈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민자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트럼프 방중 전 '판다외교' 가동…"양국 인민 우의 증진" 24일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미국과의 판다 보호 협력을 확대하며 애틀랜타 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 한쌍을 보내기로 했다고

고급 인력 취업 영주권도 심사 강화 ‘고삐’
고급 인력 취업 영주권도 심사 강화 ‘고삐’

취업 1순위 거부율 ↑ 2순위로 65%까지 탈락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심사가 강화되면서 고급 인력들의 취업 영주권 문턱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탁월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