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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내려놓고 나서야

지역뉴스 | | 2024-12-13 08:15:23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내려놓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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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새벽 기도 예배 후엔 마을에 있는 공원을 찾곤 한다. 들릴 때마다 단풍이 예년보다 더 오래 느지막하게까지 피어있음이 반가웠다. 그간 며칠 내린 비로 하여 단풍과의 작별이 앞당겨진 것 같다. 화려하고 장엄한 단풍의 마지막 피날레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12월이 깊어지면서 그리도 고왔던 단풍이 하루가 다르게 꽃비처럼 쏟아지더니 겨우 남아있던 잎들조차 힘에 겨워 낙화를 서둘며 낙엽으로 내려 앉는다. 나무들의 겨울나기 월동 준비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잎들이 푸름을 계속 이어 가기를 고집한다면 나무들의 겨울 나기는 힘들어질 것이다. 가지가 수분을 빨아들이는 힘이 줄어들면 잎은 색이 바래기 시작하고, 잎새의 푸르름이 단풍의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그 마저도 내려 놓으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계절이 처음과 나중을 준비하는 과정의 숭고함이 성스럽기까지 하다. 푸르르고 싶음을 단념할 줄 알았기에 나무는 아쉬움을 내려놓은 행복을 얻게 된다. 내려 놓음을 하고서야 비로소 나무는 진정으로 아름답게 불타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나무 가지가 잎을 버리지 않으려 고집한다면 결코 아름다운 단풍의 절정을 피워내지 못했을 것이다. 체념으로 내려 놓음이 시작되는 순간, 나무는 가장 아름다움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순리에 붙들릴 수 있었던 것이다. 지정으로 생명의 이음줄을 붙들어온 도리의 결실이다. 겨울나기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목마름까지도 고요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이기로 한 나무의 갈망은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향한 시도요 자연에 순응하는 아름다운 견딤의 표상이다.

겨울을 견뎌내는 나무의 목마름이 우리네 인생에게 시사하는 바를 눈여겨 보며 적용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목마르게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닌 슬기로운 지략과 지혜다. 지식은 컴퓨터나 인공지능이면 넘치도록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정보를 운용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정보 목마름은 갈수록 건조해지고 있다. 바람직한 기동성과 탄력 있는 방안 모색, 선명하고 뚜렷한 깨우침에 갈급하고 있다. 쉽게 사위거나 곧잘 바뀌는 변화에 대처 할 수 있는 참예한 방안을 대책으로 삼으려는 흐름이 호응을 얻고 있다. 도움 받을 수 있는 길을 도모하기 위해 앞서가는 예술가나 지식 분야를 비롯한 방대한 분야에서 누군가의 노고로 적립돼 있는 전문 분야별 정보 전문성을 간파하는 능력, 이를 발굴해내려는 바른 자세와 적극성과, 능동적인 태도, 마음가짐. 저술 등에서 정보 운용 지식을 발견해가며 풀어가려는 길을 선택하고 있는 흐름이 바람직하다는 논지가 우세하게 적용되고 있다. 일상 도처에 마음을 열고 살핀다면 얼마든지 발견해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겠다.

나무는 내려놓음을 하고서 곧바로 목마름의 고통을 안게 되고 그 고초와 괴로움까지도 감수 해야 하는 인내의 흔적이 나이테를 남기게 된다. 우리 인생 또한 내려놓음의 궁극적 필연은 생애의 균형을 위해, 삶의 보람된 결실을 위해서이다. 지혜의 범주 안에서 필요 불가결하게 요구되는 삶의 요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내려놓음을 하고 나서야 삶의 질서가 바로 잡히기 때문이다. 

내려 놓아야 할 덕목 중에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이생의 자랑이 아닐까 한다. 누구나 무엇인가를 자랑하고 싶어한다. 남들과 비교하기를 즐겨한다. 남들보다 더 가진 것을 자랑 해야 살 맛이 난다. 남보다 더 많이 가진 물질을, 업적, 권력을 자랑하고 건강까지 자랑하고 싶어한다. 자랑하는 일에 고착되고 집착으로 매달린 인생들의 특징은 교만이다. 자랑거리가 줄어들면 불평 불만을 조성하고, 사람을 비난하고 원망하는 일에 분주해지지만, 이생의 자랑을 인격적으로 내려놓은 사람들의 삶의 행보는 근원부터 다르다.

생을 달리는 속도가 극히 안정적이다. 늘 겸손하고 자랑거리가 수북한 데도 내가 한 일이 아니라 창조주께서 하신 일이라 먼저 주님을 앞세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남 탓이 아닌 내 탓을 한다. 내가 게을렀고, 세상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탓이요, 조심해야 할 일들을 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자책을 한다. 겸손함이 삶에 녹여져 있음을 일찍이 주변에서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 하더라도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겸손과 인고가 숨겨져 있다. 

내려놓음의 미학은 내려놓음을 하고서야,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것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창조주께 다 맡기고 내려놓은 후에 세상이 줄 수 없는 진정한 쉼과 평안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내려놓음은 내려놓은 본인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주변이 모두 행복해지는 유익까지도 덤으로 얻게 된다. 결코 모순일 수 없는 바른 사고요 삶의 도리임을 기본으로 받아들여야 할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갑진년도 저물어 가고 있다. 을사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내려놓음에 초점을 두자고 조용한 다짐을 해 본다. 내려놓음을 일상에 적용해보려는 시도로 먼저, 버리기를 꼽아본다. 욕심 버리기가 필수인 것 같다. 부끄러운 욕심 뿐 아니라 합리적이라 우기고 싶은 욕심까지 내려놓으며 소소한 가재도구에까지 내려놓음을 감행하려 한다. 더는 줄일 수 없을 만큼 줄이고 줄여왔지만 다시 한 번 줄이기를 감행하려 한다. 아쉬움 정도는 외면하고 간결하게 재 정비하기로 한 것은 버릴수록 가벼워지고 맑아지고 고요해지기 때문이다. 내려놓고 나서야, 내려놓을 수록 행복해 지는 송구영신 절기를 즐겨보려 한다. 버림은 내려놓음의 원동력임을 다시 한번 입력시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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