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는 학생들
전국 2만5천명 넘어서
“한류 열풍·정부 지원
비한인 학생들 많아”
한국어가 미국 대학 입학평가 시험인 SAT II 정식 시험과목으로 채택됐을 당시 행콕팍 초등학교 등 4곳에 불과했던 정규 한국어반 개설 학교 수가 30년만에 미 전국 초·중·고교 217곳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LA 한국교육원(원장 강전훈)이 공개한 ‘미국 내 한국어반 채택 정규학교 현황’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정규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초·중·고교는 총 217개교이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는 2만5,00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관할 교육원별 살펴보면 남가주를 비롯해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을 포함하는 LA 한국교육원 지역에서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는 80개교로 전체의 36.8%에 달했다. 이들 학교에 개설된 330여개 한국어반에서 공부하는 학생 수는 전체 수강생의 34.3% 수준인 8,569명으로 조사됐다. 10년 전에 비해 1.5배 증가한 수준이다
뉴욕 한국교육원 관할 지역은 34개 학교에서 5,505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 두번째로 높았다. 이어 시카코(28개교, 2,995명), 워싱턴DC(19개교, 2,657명), 애틀란타(17개교, 2,501명), 샌프란시스코(11개교, 1023명) 순이었다. 아직 교육원이 개설되지 않은 시애틀 등 기타 지역에서도 15개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돼 900여명이 수강 중이다.
남가주 지역에서는 1995~1999년 사이 그라나다힐스 차터 고교 등 7개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됐고, 2000~2009년 사이에 어바인 고교 등 14개교에 한국어반이 새로 생겼다. 정규 한국어반 개설이 붐을 이뤘던 시기는 2010년부터 2019년 사이로 존 버로우스 중학교 등 30개 학교에 한국어반이 만들어졌다. 2017년에는 네바다주 최초로 라스베가스에 소재한 데모크라시 프렙에서 한국어 수업이 시작됐다.
SAT II 시험과목에 공식 채택됐던 한국어는 그동안 정규 한국어반 개설에 견인차 역할을 담담해 왔었으나, 2021년 칼리지보드의 결정에 따라 26년 만에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강전훈 교육원장은 “SAT 한국어 시험의 폐지로 정규 한국어반 열기가 식을 것으로 우려했지만 오히려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하는 초·중·고교들이 늘고 있다”며 “이는 최근 아시아를 넘어 미국까지 불어닥친 한류, 높아진 한국의 경제적 위상,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 등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AT 한국어시험이 중단된 2021년과 2022년에도 라미라다의 벤톤 중학교와 샌디에고 인근 델 노르테 고교 등 2개 학교에 한국어반이 신설됐다. 2024년에 들어서는 지난 7월 풀러튼 소재 사립학교인 이스트사이드 크리스천 스쿨이 LA 한국교육원과 한국어반 신설을 지원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달에도 오렌지 카운티 소재 사이프러스 고교가 한인 학생들의 적극적인 주도로 한국교육원과 MOU를 맺었다.
최근에는 한류 붐을 타고 타인종 학생들의 한국어반 등록이 크게 증가했다. 킨더가튼부터 5학년까지 학년 별로 6명의 교사들이 한국어-영어 이중언어반을 지도하는 3가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 중 절반이 백인을 비롯한 타인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LA를 비롯한 각 교육원은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모니카 류)과 함께 정규 한국어반 지원예산을 활용해 한국어반 신설과 교사 연수, 한국어 수업과 관련된 여러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한국어반 운영에 경험이 많은 한인 교육자들로 구성된 세계한인교육자연합회(IKEN·이사장 수지 오)도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수지 오 IKEN 이사장은 “앞으로는 디지털 플랫폼 및 콘텐츠가 접목된 한국어 교수법을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등의 한국어 교육 발전을 위한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