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렌드- AI가 바꾸는 전공
컴퓨터·과학 등 빠르게 대체
철학·외국어 등 주목 받아
검증·판단능력 중요성 강조
AI 로봇공학 등 유망 전공
AI(인공지능)가 대학 전공의 가치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취업과 고소득을 보장하는 유망 전공으로 꼽혔던 컴퓨터 과학과 회계, 금융 분야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반면, 상대적으로 취업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받던 철학과 영문학 등 인문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은 물론 이미 대학에 재학 중인 청년들도 진로 선택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좋은 대학에서 인기 전공을 공부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기존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어떤 전공이 취업에 유리한지를 따지는 시대에서 벗어나,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능력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가 미래 진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컴퓨터 관련 직종 전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고도의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마크 큐반이다. 큐반은 2017년 AOL과의 인터뷰에서 10년 뒤에는 철학 학위가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학위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예측했다. 같은 해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행사에서도 회계학보다는 철학을 전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그의 전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특히 위험하다고 지목한 분야는 컴퓨터 과학과 회계, 금융이다. 이들 분야의 공통점은 신입사원들이 맡는 업무 중 상당 부분이 데이터 입력과 정리, 계산, 기초 분석 등 일정한 규칙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는 AI가 방대한 자료를 짧은 시간에 정리하고, 재무제표를 분석하며, 보고서 초안까지 작성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AI가 기본적인 코드를 작성하고 오류를 찾아내면서 초급 개발자에게 주어지던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고 있다.
큐반은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도 금융 분야의 기초적인 데이터 정리와 분석 업무는 AI가 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AI가 자료 입력과 반복적인 계산을 대신하더라도 세무 자문, 감사, 내부통제, 규정 준수, 복잡한 재무 판단 등 인간 전문가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AI 시대에 상대적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는 철학과 영문학, 역사학, 외국어 등 인문학이다.
언뜻 보면 기술 중심으로 바뀌는 사회에서 인문학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전망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AI가 정보를 검색하고 문장을 작성하며 복잡한 계산까지 수행할수록, 사람에게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결과의 정확성을 검증하며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철학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주장의 허점을 찾아내며 윤리적 문제를 검토하는 훈련을 제공한다. 영문학과 언어학은 글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고 복잡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역사학과 정치학은 사회적 현상을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시대적·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훈련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AI를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할 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정리하는 능력만이 아니다. AI가 제시한 분석이 현실에 맞는지, 소비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기술 도입이 사회와 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해야 한다.
AI가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더라도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결과가 포함될 수 있다. 이를 발견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인간의 몫이다.
인문학과 함께 미래 유망 전공으로 떠오르는 분야는 AI와 로봇공학, 데이터 과학, 사이버 보안 등이다.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AI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리하거나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