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숙 변호사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강력한 이민비자 제한 정책에 최근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 8월21일 뉴욕 연방법원은 국무부가 75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이민비자(Immigrant Visa) 발급·처리 중단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무효화했다. 그러나 이 판결 직후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는 별도의 Public Charge(공적부조 가능성) 심사 강화 교육이 실시되면서 상당수 이민비자 인터뷰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어 실제 비자 수속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75개국 전체를 묶은 이민비자 중단은 위법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아프가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75개국 국민에 대해 미국 입국 후 정부 복지혜택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민비자 발급을 사실상 중단해 왔다. 그러나 연방법원 Jeannette Vargas 판사는 이러한 일률적인 국적별 제한이 이민법이 정한 비자심사 구조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Public Charge 심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주의할 점은 이번 판결이 Public Charge 심사 자체를 폐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 이민법 INA §212(a)(4), 8 U.S.C. §1182(a)(4)는 비자 신청자가 향후 미국에서 공적부조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영사가 판단할 경우 입국불허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한다. 영사는 최소한 신청자의 나이, 건강, 가족관계, 자산·재정상태, 교육 및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Public Charge라는 법적 기준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유로 특정 국가 국민 전체를 사전에 배제해 버린 행정정책이었다. 앞으로는 오히려 각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인 Public Charge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이민비자 인터뷰도 일시적으로 영향
더 큰 혼란은 법원 판결 직후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는 전 세계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의 영사들에게 강화된 Public Charge 심사기준을 교육하기 위해 이민비자 수속을 일시적으로 조정하고 있으며, 이미 예약된 상당수 이민비자 인터뷰가 취소 또는 연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기존 75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보도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인터뷰 중단 또는 연기는 기본적으로 영주권 취득을 위한 이민비자(IV) 수속을 대상으로 한다. 관광 B-1/B-2, 학생 F-1, 취업 H-1B, L-1, O-1, E-2 등 비이민비자(NIV) 인터뷰 전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최근 보도 역시 이번 글로벌 교육조치가 이민비자 처리에 집중되어 있으며 비이민비자 절차는 별도로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국적별 금지’가 아니라 ‘개별 심사’
이번 법원 판결로 75개국 국민에 대한 일률적인 이민비자 중단정책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법적 효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비자 심사가 완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정책의 방향은 국적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에서 신청자의 재정능력과 향후 공적부조 가능성을 개별적으로 더 엄격하게 심사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