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 ‘관세 정책 민낯’ 공개
USTR 자료에“헛소리 숫자”
고집에 백악관 내부도 혼란
한·일, 측근에 접근해 소통
“ 국제 정세 불확실성 가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image/fit/294492.webp)
2기 들어 더욱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등 전 세계에 파장을 미친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결정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료와 공식 통계보다는 사적인 친분과 입맛에 맞는 숫자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식 외교에 맞춰 각국 외교 라인들이 ‘측근 외교’를 시도하면서 국제 정세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NYT 기자들이 쓴 저서 ‘정권 교체‘(Regime Change)에는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민낯이 담겼다. 이 책은 NYT의 백악관 담당 매기 하버만과 조너선 스완 기자가 썼으며 23일 정식 발간됐다.
두 기자는 상호관세 발표일인 지난해 4월 2일을 전후해 백악관 내부에서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국가별 관세율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관과 고집에 의해 조율되면서 발표 며칠 전까지도 확정되지 못한 탓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산출한 각국의 대미 관세율 자료를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빌어먹을 헛소리 숫자”라며 믿지 않았다. 대신 보좌관에게 “구글링 좀 해봐. 그리고 내게 진짜 숫자를 가져와 봐”라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숫자를 찾도록 주문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각국 세율은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뒤 다시 절반으로 나눈 수치로 백악관 내부에서도 이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산출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책 결정뿐 아니라 민감한 외교 이슈에도 전문가나 관료 대신 측근을 기용하고 있다.
이란 종전 협상과 가자지구 협상 등에 참여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공식 직함조차 없다.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스티브 윗코프 역시 외교 경험이 없다. 해외 대사 자리도 외교 경험이 없는 충성파가 꿰찼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당선된 직후 대선 조작론을 옹호해준 조지아주 상원의원 출신의 사업가 데이비드 퍼듀를 주중 미국대사에 임명했다.
대신 전문 외교 인력은 급감했다. 외교관 노조인 미국외교협회(AFS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95개 미국 대사직 중 109개가 공석이다.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7개국 중 5개국, 그리고 걸프만 6개국 중 4개국에도 미국대사가 없다.
세계 각국은 공식 외교 루트보다 ‘백채널’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로이터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과 일본을 언급했다.
로이터는 한국이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하며 “이에 한국 관료들은 외교와 안보·무역의 통상적인 파트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대응 방식을 바꿨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친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활용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하기 위한 막후 인사는 손 회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시바 전 총리는 “트럼프에게 직접 닿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며 “그의 주변 인물들이 온통 ‘예스맨’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거릿 맥밀런 옥스퍼드대 국제사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를 이해하는 미국의 역량 자체를 갉아먹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불안정성을 고조시킨다”며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합의를 이끌어내며 전쟁을 방지하고 종식시키는 외교 본연의 기능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경제 이태규 특파원·박윤선 >














